태극전사들이 쓰라린 패배를 맛본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이 경기장에서는 7월 1일 오전 5시 H조 2위와 G조 1위의 16강전이 치러진다. 한국이 알제리를 제압했을 경우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알제리전 참패로 이제는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이 됐다. 한국은 27일 상파울루에서 무조건 벨기에를 꺾은 뒤 러시아와 알제리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알제리가 비기거나, 러시아가 알제리에 승리를 거둬야 겨우 16강의 좁은 문이 열린다.
사기가 꺾인 한국이 이미 2승을 거둔 'H조 1강' 벨기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벨기에 역시 조 1위를 차지해야 독일이 유력한 G조 1위를 피할 수 있어 대충 경기를 할 리 없기 때문이다. 2개 대회 연속 원정 16강 진출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최소한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챙기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더는 물러날 곳도 없다. 이순신 장군의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명언을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그야말로 투혼을 불살라야 할 때다.
전날 경기 직후 전세기편으로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복귀한 축구대표팀은 24일 오전 4시부터 1시간여 동안 회복훈련을 가졌다. 물론 예상 밖의 참패 뒤라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가진 손흥민은 "분위기를 하루 만에 확 바꿀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섰다. 홍 감독은 선수들과 섞여 볼 뺏기를 하는가 하면 미니게임에도 참가했다. 또 선수들과 직접 몸을 부딪치며 웃음을 보였다. 처져 있는 선수들의 기를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홍 감독이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이구아수 베이스캠프에서 처음이다. 선수들의 훈련시간을 모두 공개한 것도 오랜만의 일이다.
선수들의 표정은 주전과 비주전이 엇갈렸다. 전날 선발 출전자들은 이케다 세이고 체력코치의 지휘 아래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을 되풀이했지만 별다른 말 없이 훈련에만 집중했다. 반면 백업요원 조는 패스나 슈팅 게임으로 몸을 푼 가운데 간간이 탄성과 웃음소리가 들렸다.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선수들은 다소 밝아진 모습으로 벨기에전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팀 내 최고참인 곽태휘는 "팬들을 생각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며 "생각을 바꾸면 정신력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신욱은 "형들이 분위기를 좋게 바꿔야만 다음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조언해줘 후배들이 따라 하고 있다"며 "아직 아무도 포기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5일 밤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는 상파울루로 이동해 마지막 일전을 준비한다.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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