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少年兵

1970년대 개봉작인 임권택 감독의 반공영화 '낙동강은 흐르는가'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의 치열한 공방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민군 전차부대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국군 특공대원들은 육탄전도 불사하는데, 천 이병이 가슴에 폭탄을 안고 탱크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사뭇 비장하다. 배우 진유영이 배역을 맡았던 천 이병이 바로 17세의 소년병이었다.

아동문학가 김하늘의 장편소설 '지리산 소년병'도 전쟁의 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빨치산이 된 형을 따라 지리산에 들어간 열네 살 소년이 겪는 비극적 삶을 그리고 있다. 소년병의 때묻지 않은 눈으로 전쟁과 역사를 조명한 것이다. '인민해방'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 북한과 남한 사회의 모순 구조에 모두 일침을 가했다.

6'25전쟁 당시에는 실제 소년병이 많았다. 소년병(少年兵)이란 학도병 중에서도 병역의무가 없었던 14~17세의 지원병을 말한다. 어머니의 애끊는 만류를 뿌리치고 전선으로 나갔지만, 훈련은커녕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인민군과 맞서 싸웠던 홍안(紅顔)의 병사들이다.

달빛 처연한 전선에서 때로는 고향의 어머니 생각에 눈물 짓고, 얼떨결에 사살한 적병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못내 시름겹던 그들은 꿈많던 사춘기 학생이었다. 요즘 같으면 부모에게 투정이나 부릴 이 어린 병사들로 인해 전장에는 생사와 희비가 엇갈리는 일도 많았다.

칠흑 같은 밤중에 적군의 움직임을 탐색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고 울어버린 소년병도 있었고, 죽어가는 동료 병사의 마지막 목소리를 평생 가슴에 묻고 산 생존 노병도 있다.

꿈에도 그리던 집과 가족을 두고 단장(斷腸)의 고통 속에 죽어간 어린 넋이나 천신만고 끝에 생존한 이제는 몇 안 남은 노병들을 다시금 신록으로 뒤덮인 이 6월의 강산은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소년병 출신 노병 5명이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아동권 침해와 국가의 책무 방기 등을 이유로 국방부 장관과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의 생전 소망은 오로지 역사와 국민이 '소년병'을 기억해 주는 것이었다. 소년병들의 애틋한 삶과 죽음 그리고 말 못할 애환을 60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살아온 우리 사회를 일깨우는 노병들의 마지막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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