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심각한 당뇨합병증 앓는 이수홍 씨

입·퇴원 반복…발가락 수술받다 심장수술까지

이수홍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오른쪽 발끝 살과 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다. 심각한 당뇨합병증으로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심지숙 씨도 당뇨와 고혈압, 우울증 등으로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먹어야 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수홍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오른쪽 발끝 살과 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다. 심각한 당뇨합병증으로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심지숙 씨도 당뇨와 고혈압, 우울증 등으로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먹어야 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수홍(가명'58)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오른쪽 발끝 살과 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다. 심각한 당뇨합병증으로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취가 풀릴 때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이 씨의 옆에는 항상 아내 심지숙(가명'55) 씨가 있다. 심 씨도 당뇨와 고혈압, 우울증 등으로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먹어야 한다. 군대를 간 아들을 외에는 남편을 돌봐줄 사람이 심 씨밖에 없다. "남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나도 몸이 좋지 않으니 두 사람 다 짐이 되는 것 같아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가족을 괴롭히는 당뇨

21살 어린 나이에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할 때만 해도 심 씨는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철공소와 안경회사 등에서 근무한 남편은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성실했고, 심 씨도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갔다.

하지만 결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남편은 당뇨 판정을 받았고 이때부터 30년 넘게 갖은 지병을 앓아왔다. 당뇨로 인해 병원에 자주 가야 하고, 몸이 좋지 않아 쉬는 날이 많았던 남편은 일정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트럭으로 노점상을 운영하고 아내도 식당일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어린 나이에 선을 봐 남편을 만났지만 잘 살아보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죠. 애도 낳고, 돈도 모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부부에게는 결혼 10년 만에 선물 같은 아들이 찾아왔다. 힘든 삶이었지만 아들을 얻은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들 가족은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들을 낳은 후 얼마 뒤 부인 심 씨마저 당뇨 판정을 받게 됐고, 남편의 당뇨 증상은 더욱 심해져 거의 일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아이는 한창 커가는데 앞날이 막막했어요. 남편과 둘이 일할 능력이 안돼 결국 기초생활수급까지 받게 됐고요."

◆갈수록 커지는 의료비 부담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임대주택에 살게 되면서 일을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아들을 키울 수 있을 정도의 삶을 살게 됐다. 부부의 건강상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빠졌지만 수급자이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 문제는 아들이 성인이 되면서 기초생활수급비가 반 토막이 났고, 의료보호가 되는 부분도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남편의 당뇨 증세는 몇 해 전부터 더 심해져 합병증으로 피부조직이 괴사하고 손톱, 발톱이 빠지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시력도 나빠져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면역이 약해지면서 가벼운 감기만 와도 입원치료를 해야 할 정도가 됐다. 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내도 당뇨 외에 고혈압과 우울증까지 앓으면서 주변에 돈을 빌리고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병원비를 해결했다. 남편은 숨이 막힐 정도의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했지만 병원비 부담 때문에 정밀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돈으로는 생활비며 병원비며 턱도 없이 부족했죠."

◆아들에게 짐이 될까 미안한 부모

최근에는 가족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해 10월 아들이 군대에 간 뒤 남편의 상태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오른쪽 발가락이 썩어들어가면서 걷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4개의 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절단수술 이후 갑작스러운 급성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멈추면서 심장수술까지 받게 돼 중환자실에서 지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의 몸 상태도 좋지 않은 아내는 이때부터 좁은 병실 구석에서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온몸이 저리고 여기저기가 아프지만 더 아픈 남편 앞에서 내색조차 할 수가 없다. 의료비 걱정도 아내를 짓누르지만 아픈 남편과 고민을 나눌 수도 없다.

내년에 아들이 제대하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질지도 모르지만 자식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아내를 더욱 힘들게 한다.

"언제까지 병원에 있어야 할지 모르는데다 이제는 신장도 좋지 않아 투석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데 정말 치료비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와요. 군에 있는 아들이 휴가나올 때마다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봐주는데 창창한 아들의 앞길을 남편과 내가 막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죠."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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