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기회 모임에서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된다. 세상 풍파를 혼자서 다 뒤집어쓴 듯 백발에 주름투성이인 친구도 있고, 아직도 까만 머리에 뽀얀 동안을 유지하는 친구도 보인다. 백발이라도 있기만 하면 그게 어디냐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는 대머리 친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얼굴의 노화에 관심이 많은 성형외과 의사인 나에게는 사람의 노쇠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백발이나 얼굴주름이 아니라 사람의 눈빛이다.

사람의 눈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슴속에 삶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남아 있는 사람의 눈빛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또렷하고 형형하다. 열정이나 호기심의 종류에 따라서 사람의 눈빛에도 미묘한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정신적 수양으로 내면을 다진 종교적 지도자들의 거룩한 열망으로 빛나는 눈빛뿐만 아니라, 돈에 대한 탐욕이나 음흉한 성적인 호기심에 번들거리는 눈빛일지라도 그것이 보인다면 그는 아직 마음속에 한 조각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의 저널리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만은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가 아니라 호기심지수(CQ: curiosity quotient)와 열정지수(PQ: passion quotient)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호기심과 열정이 결합된 사람이 엄청난 양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호기심과 열정이 건전하고 바람직할 때 사람은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삶의 과정에서도 개인적으로 행복할 것이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국가와 인류를 위해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세기 이후 조선을 방문하였던 많은 서양의 선교사들과 기자들은 서양문물에 대한 조선인들의 특별한 호기심에 대하여 예외 없이 놀라움을 가지고 기술하였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인들은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세계 속으로 뻗어나갔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의 공항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인들이 모인 곳은 어김없이 시끌벅적하여 눈에 띈다는 핀잔을 심심찮게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열정과 호기심에 가득 찬 한국인들이 신기한 외국의 풍광과 문화를 처음 접하고도 아주 침착하고 조용하였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못지않은 반짝이는 눈빛을 유지하는 어르신들의 비법은, 정신적으로는 삶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과 열정을 간직하는 것이고, 육체적으로는 지나친 음주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는 것이다.

정재호<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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