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6'25 소년병, 이제라도 명예회복 서둘러야

6'25전쟁 당시 만 17세 이하 어린 나이에 징집돼 전장에 투입된 소년병들이 최근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미성년자인 자신들에 대한 징집행위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넘도록 용서를 구하지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도 않으려는 국가에 대한 마지막 호소다. 어린 나이에 국가를 위해 총을 들고 싸워야 했던 이들의 아픈 가슴을 국가가 보듬어주지 못한 채 헌법소원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다.

국방부 산하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징집된 소년병은 2만 9천616명에 이른다. 이들 중 1만 200명은 1950년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다.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전선이 국토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때였다. 상황이 워낙 급박해 소년들은 훈련받을 시간도 없었다. 불과 3~4시간 기본적인 소총 사격 훈련과 수류탄 투척 요령만 습득한 채 전선으로 내몰렸다. 국방부는 이 중 전사자가 2천573명, 생존자가 7천54명으로 파악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이들은 '잊혀진 전사(戰士)'가 됐다. 아직 생존자가 4천~7천 명 선으로 추정되지만 공식적인 전사(戰史)에는 이들의 공훈과 행적이 거의 기록되어 있지 않다. 미성년자에 대한 전쟁 동원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국가가 소년병의 존재 자체를 외면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유를 받고서야 소년병의 실체를 인정했다.

이들을 국가 유공자로 예우하기 위해 16~18대 국회에서 국가 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매번 자동 폐기됐다.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이 역시 세월이 흘러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제 대부분의 소년병들이 80대로 접어들고 있다. 6'25전쟁 중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소년병과 생존해 있는 소년병의 명예를 회복해 주는 것은 이들이 더 늦기 전에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오랜 세월 국가가 이들을 위로하고 보상해주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지, 이들을 징집했던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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