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세계 물포럼과 대구경북

라틴어로 물은 아쿠아(Aqua)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어로 이 용어가 그대로 사용되며 같은 뿌리를 둔 스페인어에서도 비슷한 아구아(Agua)를 사용한다. 아쿠아가 들어간 단어는 물과 관련되어 있다. 수족관을 뜻하는 아쿠아리움(aquarium), 수로(aqueduct), 수경식물(aquatic plant) 등에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아쿠아는 물이라는 뜻 외에도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서양문명의 근간이 되는 로마에서는 물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전투가 많았던 군인들에게 한 모금의 물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귀중한 것으로, 물의 소중함은 생명수(eau de vie)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한편 로마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강물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물에 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로를 만들어 깨끗한 물을 공급하게 되었다.

기원전 312년에 시작된 아피아 수로는 로마건축과 함께 선진문명의 상징이 되었다. 세계 어느 문명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형수로가 만들어지면서 로마는 주택, 공중목욕탕, 공공건물, 병영 등에 풍부한 물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기원전 3세기에 시작된 수로는 4세기경 로마시내에만 800㎞가 넘었고 로마제국 곳곳에 설치되었다. 수로의 중심지인 로마는 내륙에 위치했지만 명실상부한 물산업의 중심지였다.

내년 4월 대구경북에서 세계 물포럼이 열리게 된다. 세계물위원회는 1997년 이후 3년마다 세계 물의 날(매년 3월 22일)을 전후하여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물포럼 D-300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달 19일 엑스코에서 열린 바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행사를 앞두고 물산업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1천280㎜로 세계평균인 973㎜보다는 높으나 산지가 많고 강우가 집중되어 주기적인 물 공급의 압박을 받는 이른바 물 부족(water-stressed) 국가에 해당한다. 2012년 영국의 GWI(Global Water Intelligence)가 조사한 세계 19개 주요국가 중 우리나라는 1인당 물 사용량 평균이 279ℓ로 4번째로 사용량이 많은 국가로 나타나고 있다. 10년 후에는 물부족과 오염으로 인해 물 기근(water-scarcity)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둘째, 하'폐수 처리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오늘날 물산업은 수요에 대한 공급도 중요하지만 하'폐수 처리시설의 건설과 운영이 그 핵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하'폐수 처리시설의 운영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전통적인 하'폐수 처리시설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으나 미래의 하'폐수 처리시설은 에너지를 생산해 자급자족하고 잉여분은 외부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친환경산업의 중심지가 되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확보하고 동시에 물로 인한 재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물과 관련된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다루어지고 있다. 세계 물포럼이 열리는 대구가 친환경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물산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산업 전반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물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로마의 수로에 주목하는 이유는 깨끗한 물 공급으로 시민의 질병을 해결했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하수구(Cloaca Maxima)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물을 산업화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준비된 자에게는 솔루션(aqua)이 있는 법이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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