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전은 태극전사들이 16강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찾는 중요한 일전이다. 자력 진출이 이미 무산된 상황에서 '기적'을 바라야 하는 처지다. 벨기에를 꺾지 못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거둔 한국의 3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 1승'의 기록은 깨지고 만다.
◆베스트일레븐은?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인 '강호' 벨기에를 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벨기에가 이미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한 상태여서 한국전에는 '베스트 11'을 내세우지 않을 예정인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앞서 러시아전 승리 직후 "한국전에는 벤치 멤버들을 고루 기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빌모츠 감독이 한국전 선발진을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홍명보 감독은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서 고민하고 있다. 1, 2차전에 거의 비슷한 선수를 기용했다가 실패를 맛본 탓이다.
특히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인 박주영의 기용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박주영은 러시아, 알제리와의 1, 2차전에서 슈팅 1개에 그치는 등 극도의 부진으로 축구팬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주영이 그대로 출전해 홍 감독의 두터운 신뢰에 보답할 수 있을지, 이근호'김신욱 등 백업요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에 왼쪽 풀백 윤석영 대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유럽 선수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박주호가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두 경기에서 5실점 한 정성룡 대신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낄지도 주목된다. 대표팀 관계자는 "코칭스태프들이 밤늦게까지 모여서 벨기에전에 가동할 전술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홍 감독도 벨기에전에는 선수 기용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승리의 필수요건은 투지'근성
한국이 벨기에를 제압하려면 무엇보다 투지와 근성이 필요하다. 알제리전에서 전반 내내 슈팅 한 번 못하고 3골을 내주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던 한국은 후반 김신욱'이근호 등이 교체 투입된 이후 집중력이 되살아나면서 2골을 뽑아냈다.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더라도 벨기에전에서는 이 같은 투혼을 보여달라는 게 대다수 축구 팬들의 염원이다.
필승을 위해서는 태극전사들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원팀 원스피릿 원골'의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팀 주장 구자철은 26일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준비한 대가를 찾고자 선수들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간절한 마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날씨 변수는 없을 듯
상파울루 기온은 태극전사들이 뛰는 데 불편을 겪을 정도는 아닐 전망이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벨기에전이 치러지는 27일 오전 5시(현지시간 26일 오후 5시) 상파울루의 기온은 최저 17도에서 최고 27도의 늦여름 날씨가 될 것으로 예보된다. 6월은 브라질 중부에서 겨울철이지만 고온 현상이 다소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축구경기를 하기에는 좋은 날씨이지만 다소 쌀쌀했던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알제리전을 치른 지 나흘 만에 다시 더운 곳에서 경기를 소화하는 만큼 컨디션 관리가 잘 됐는지가 관건이다. 역대 국가대표 가운데 '최연소'인 이번 대표팀이 젊음을 바탕으로 피로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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