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인타운'인 봉 헤치로(Bom Retiro) 거리. 창틀에 태극기와 브라질 국기를 잔뜩 부착한 국산 SUV 차량이 눈에 띄었다. 뒷유리창에는 '가자! 16강으로 COREA, 브라질 6번째 우승 챔피언'이라고 적은 플래카드까지 내걸려 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교민이 5만 명을 헤아리는 상파울루에서도 태극기를 매단 차량은 무척 낯설었다.
차량의 주인은 이곳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최영만(52) 씨. 1998년 이민을 와 브라질 생활이 16년째다. 최 씨는 "차를 몰고 나가면 브라질 사람들이 '꼬레아! 브라지우!'라고 말하며 우정의 경적을 울린다"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경우의 수'까지 훤히 꿴 최 씨는 나름대로 '근거'를 대기도 했다. 그는 "벨기에와 알제리전을 보니 벨기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렸다"며 "공수 전환이 빠르지 않은 만큼 손흥민처럼 움직임이 좋은 선수가 득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알제리전 이후 교민들의 사기가 많이 꺾인 게 사실"이라면서도 "브라질이 제2의 고향이 된 만큼 한국이 16강에 나아가지 못하면 브라질이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 사람들의 국기에 대한 존경심이 커 2주일째 운행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차량을 훼손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사실 최 씨는 축구 선수 출신이다. 전북 출신인 그는 "정읍 태인중'고 시절 축구선수로 제법 촉망을 받기도 했지만 집안 형편으로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며 "브라질에 온 것도 아들(최현석'26)을 축구선수로 키우기 위해서였다"고 소개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보면서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이 이뤄주길 바라면서 브라질에 왔다가 눌러앉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최 씨는 "브라질에는 프로 5부리그까지 팀이 300개 이상 되고 상파울루에는 축구교실이 1천 개가 넘는다"며 "한국에서도 월드컵 이후에 계속 축구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야 다시 한 번 월드컵 4강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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