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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의 월드컵 과학] '2개의 심장' 이 골을 만든다

최근 5개 월드컵 대회의 분석 결과 총 705골 중 114골이 후반전 마지막 10분에 터졌다. 한 경기를 10분 단위로 구분했을 때 마지막 10분 동안에 가장 많은 16.2%의 득점이 나온 것이다.

이는 축구경기에서 체력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축구경기는 전'후반을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지구력과 순간적인 스피드, 강한 슈팅을 위한 파워를 요구한다. 축구에서 중요한 요인에 해당하는 기술도 체력이 뒷받침될 때 보다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후반전이나 연장전에 이르기까지 지치지 않는 지구력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7경기를 뛰어야 하기에 강한 지구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축구경기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지구력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후반을 통틀어 선수들은 10~15㎞를 뛰며, 그 뛰는 거리는 포지션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최전방 공격수나 수비수들은 약 10㎞로 미드필더보다 적게 뛰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태극전사들이 뛴 전체 거리는 108.129㎞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가장 많은 11.356㎞를 뛰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이 11.338㎞로 그 뒤를 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 선수는 평균 9.53㎞를 뛰었지만 알제리 선수는 10.28㎞를 뛰었다. 구자철이 11.89㎞로 우리 선수 중 가장 많이 뛴 데 비해 알제리의 벤탈렙은 11.66㎞, 슬리마니는 11.54㎞, 메자니는 11.35㎞, 페굴리는 11.32㎞를 뛰었다. 양팀 선수들의 뛴 거리가 스코어에 반영됐음을 볼 수 있다.

또 미드필더의 움직임 조사에 의하면 미드필더는 4.4초 정도 최고 속도로 달린 후 약 30초간 조깅 또는 걷는 형태의 움직임으로 회복을 한 후 다시 최고 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지된 상태에서 빠른 출발의 움직임이 48~70회 정도이며 천천히 조깅하다가 빠른 스프린트로의 속도 변환이 40~62회였다. 물론 선수들이 자신의 최대속도로 달리는 비율은 전체 경기 중 5~6%에 불과하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리는 비율은 20~25% 정도이다. 나머지 50%는 조깅의 속도이며 그냥 걸어다니는 경우도 25%를 차지한다.

축구경기에서는 걸어다니는 범위를 최소화하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범위를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컵에서 1경기를 모두 뛴 선수들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볼에 터치한 횟수는 1경기당 평균 60회다. 볼에 많이 터치하는 선수일수록 부지런한 선수로 평가받는데, 그 부지런함은 역시 지구력을 바탕으로 한다. '축구 황제' 브라질의 펠레는 1경기당 평균 96회 볼에 터치해 부지런한 선수로도 인정받고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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