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일의 생각] 문 걸어닫는 사회

아파트 정문에 차량 출입 통제시스템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며칠 전부터 전 가구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파트에 드나드는 차량을 모두 파악해서 외부 차량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입주민 차량마다 별도의 인식 스티커 등을 붙이게 될 것이고, 정문 앞에는 기다란 차단기가 가로막게 될 것이다. 자유롭게 다니던 길이었는데 외부 차량을 막는다지만 입주민들의 통행도 불편해질 것 같다. 차를 몰고 어디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올라치면 그때마다 통제 센서 앞에 멈춰 서서 길을 가로막은 작대기가 올라가 길을 터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점도 있다.

집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영 마뜩잖아 하는 성미인데 이젠 정문을 통과하는 데도 새로운 관문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요즘 새로 생긴 곳들처럼 시설이 잘 되어 있다거나 깔끔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한곳에서 살다 보니 그냥 편안해서 살기가 참 좋은데 이런 시설을 자꾸 만드는 게 여간 귀찮지가 않다. 자유로움을 막는 것들에 대한 귀찮음도 있지만 사람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것 같아 그 또한 마뜩잖다.

요즘 신식 아파트에 한번 들어가려면 정문 앞을 통과할 때도 그렇지만 현관 앞에서 또 좌절하게 된다. 현관 앞에서 인터폰을 눌러 주인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난 정말 싫다. 어떨 땐 싫음을 떠나서 분노까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안전도 좋고 방범도 좋지만 인간살이가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정문 앞에 그런 통제 장치가 있는 아파트를 지날 때면 속에서 묘한 반발심이 생겨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 그런 작대기를 설치한다니.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갈 것 같은데 굳이 없던 시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각 가정마다 자동차가 늘어 한 집에 보통 두세 대가 있는데 주차공간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근본 원인이다. 우리 아파트 차량만으로도 주차전쟁이 벌어지는데 옆 단지(그곳도 역시 주차장이 부족하므로) 사람들까지 우리 주차장에 대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심지어는 인근 원룸 사람들까지 가세한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아파트 사람들도 추가 주차비를 내지 않으려는 속셈으로 차량 신고를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견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한동네에 살아도 이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요즘 세상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거다.

점점 이기적이 되고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가 아쉽다. 서로가 서로에게 점점 인색해져 가는 것 같다. 넉넉한 인심, 인정이란 단어는 이제 잊혀버린 말일까. 매일 아침 우리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골목에서 장사하시는 요구르트 아줌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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