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배우' 정은지(21)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또 한 번 안방극장에서 인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23일 첫 방송이 된 KBS 2TV 새 월화극 '트로트의 연인'(극본 오선형'강윤경, 연출 이재상'이은진)의 여주인공으로다.
트로트에 재능이 있는 20대 최춘희(정은지)가 천재 뮤지션 장준현(지현우)을 만나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은 이외에도 마성의 매력을 가진 기획사 대표 조근우(신성록), 최춘희의 막강 라이벌이자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연습생 박수인(이세영) 등이 등장, 네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춘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정은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까지 '미스터 추'(Mr. Chu)로 에이핑크 활동을 한 정은지는 사고뭉치 아버지와 조숙한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실질적인 소녀 가장이지만 트로트에 대한 뜨거운 애정만은 버릴 수 없어 결국 '트로트의 여왕'에 도전하는 춘희로 완벽하게 변신,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초반 관심몰이는 하고 있다.
정은지는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아 영광"이라며 "이렇게 빨리 주인공 역을 맡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좋아했다.
정은지는 지난 2012년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작가의 필력, PD의 연출력,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호흡 등 부수적인 요건 때문이었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정은지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도 등장했으나 비중은 낮았고, 조인성'송혜교에게 묻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번이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제대로 평가받는 기회다. 특히 여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느냐는 평가의 무대이기도 하다. 정은지는 계단을 빨리 오를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는 "주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보다는 내가 맡은 춘희를 잘 소화해내고,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며 "지금은 이 드라마에 온전히 빠져들어 춘희를 잘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짚었다.
앞서 또래 가수인 아이유가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떼주연'을 통해 주목받은 뒤 연기자로 인정받은 것과 비슷한 시각으로도 정은지를 바라볼 수도 있다. 현재 아이유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를 통해 여자 주인공으로 입지를 다졌다. 공교롭게도 '트로트의 연인'은 아이유에게도 러브콜이 왔던 작품이지만, 최종적으로 정은지가 여자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아이유와 동갑내기 친구고 따로 연락도 한다"는 정은지는 "지은이(아이유 본명)와 나는 겹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음을 자신 있게 강조했다.
표준말 연기를 하는 것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에서 사투리 연기로 사랑받아서 '트로트의 연인'에서도 사투리를 쓰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표준어 연기를 하게 된 후일담을 전했다. "나름의 도전을 하고 싶었고, 부족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표준어로 연기 하긴 했지만, 노희경 작가님 특유의 어순이 있어서 많이 보여주진 못했어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맡은 부담감도 있을 법하지만 크게 느끼진 않는 듯 보였다. 이유는 있었다. "현장의 공기가 익숙해져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긴장을 푸는 방법이죠. 주연 언니 오빠들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게 첫 번째였고요. 같이 고생하는 스태프들과 편하게 잘 지내려고 한 게 두 번째 노력이었죠. 헤헤."
'트로트의 연인'은 어떻게 보면 빤하다. 전형적인 여주인공 '캔디' 캐릭터 앞에 왕자님이 나타나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정은지도 수긍은 하지만 '정은지표 캔디'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기존 캔디 캐릭터들은 슬프고,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괜찮은 척했었잖아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울고 나서 도약할 부분이 생기는 거지 울음을 참으면서 도약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만들어낼 캐릭터는 표현하는 부분에서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 지현우와의 호흡은 행복하다. "제가 어릴 때, 오빠가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연하남으로 유명해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한창 어렸을 때라 오빠가 경력이 많을 거로 생각해 대하기 어렵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빠가 현장에서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연기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많은데 오빠가 집어주면서 조언을 많이 해줘 좋아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트로트는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중가요를 부르던 에이핑크 멤버가 트로트의 맛을 잘 살려낼 수 있을까.
정은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트로트를 좋아해 드라이브나 집안일을 할 때 함께 많이 들어 익숙하다"며 "내 안에 있는 트로트 느낌을 살려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춘희와 어울리는 노래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기도 하고, '각색해서 부를 수 있는 것도 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춘희에 몰입하겠다는 의지가 오롯이 드러났다.
자신이 가수가 된 경험도 춘희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가 연습생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보면 벼락치기로 에이핑크가 된 케이스거든요. 가수 준비하는 과정의 떨림이 지금도 남아 있어요. 또 낯선 무대에서 긴장되는 건 여전하거든요. 에이핑크 무대에 서는 건 익숙한데 솔로 무대 경험은 많지 않으니 춘희가 떨려 하거나 긴장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쁘게 봐주세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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