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동영상을 집어넣어 이중적인 구성 작품을 만들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임창민 개인전이 다음 달 19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임 작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창밖 풍경이다. 그가 관람객들을 이끌고 들어가는 작품 속 공간은 미술관 로비, 호텔 스위트룸, 구내식당, 대학 건물의 복도 등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이 머물렀던 장소들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어김없이 창이 나 있고, 창 너머에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햇살과 바람을 머금은 나무가 있다.
작품 속에서 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 안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창밖의 동적인 분위기는 동영상 화면으로 포착되어 있다. 임 작가는 사진에서 창문 부분만을 오려낸 뒤 LED 동영상을 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진과 동영상의 기막힌 동거를 연출한다.
사진과 동영상은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것으로 서로 다른 시공간을 담고 있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과 시간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담아내는 동영상, 이질적인 속성을 가진 두 매체를 결합시킨 실험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하나로 묶는 행위로 이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두는 요소다.
임 작가가 사진과 영상을 결합한 독특한 구성 작업을 하는 배경에는 예술가로 걸어온 그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미국 유학 시절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다매체 실험을 본격적으로 수행했고 현재 계명대 영상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의 경력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창작은 작가가 관찰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도입한 특수한 형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임 작가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현장성의 재현이다. 사진을 보는 관람객은 단순 관찰자에 머물기 쉽다. 사진이 가진 정적인 특성은 관람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에 동영상이 가미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동영상으로 표현된 창밖 풍경은 사진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눈 내리는 설산,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있으면 실제 그 장소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갤러리분도 3층에 설치된 작품은 이런 현장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기차 여행의 정취를 담은 작품 옆에는 의자가 놓여 있다. 의자에 앉아 작품을 보면 기차 안에서 휙휙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임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느꼈던 현장감을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시공간을 초월해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선물한다.
공간을 중시하는 조형예술 속에 시간의 의미를 잔존시켜 시간과 공간의 이중적 특성을 부각시킨 그의 작품은 자연과 문명, 현실과 상상 등의 대비로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 설치, LED 및 프로젝터 영상 등 미디어 아티스트의 전형을 보여주는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수증기 막을 이용한 최신 작업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증기 막을 이용한 작업에서는 임 작가의 향후 작품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는 "인위적으로 수증기 막을 만든 뒤 동영상을 수증기 막에 투사시킨 새로운 작업은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 예술적 실험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점점 더 완성된 예술작품의 모습을 갖추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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