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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안고 돌아선 '대∼한민국'…벨기에전 국채보상공원 등 응원 열기

최종전마저 패배 안타까움…"다음엔 꼭 16강" 메시지

'제발 한 골만이라도...'.27일 오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한국의 득점 기회에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27일 새벽. 시민들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승리를 간절히 바랐으나, 아쉽게도 0대1로 패하고 말았다. 월드컵의 뜨거웠던 열기도 이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갖가지 불미스런 일로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덜어주는 기회가 됐다.

1'2차전의 부진으로 벼랑 끝에 몰린 대표팀의 최종 예선전이 치러진 27일 오전 5시. 대구의 붉은 악마 응원단(이하 붉은 악마)은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북구의 한 영화관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주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열띤 응원을 벌였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붉은 악마가 모이기 시작했고, 경기 휘슬과 함께 1천500여 명(대구시 추산)의 응원도 닻을 올렸다.

1'2차전과 달리 전반전 대표팀의 선전에 붉은 악마는 붉은 막대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쳤고 전반 44분 벨기에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인 우위를 가지게 되자 응원의 목청은 더욱 커졌다. 장윤경(31) 씨는 "전반전이 0대0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니 후반전에는 큰 점수 차로 승리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붉은 악마와 시민이 자리를 메운 영화관. 응원단은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 경기 내내 가슴을 졸이면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모았다.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영화관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밤을 새우고 함께 극장을 찾은 전대헌(23), 김효정(20) 씨는 "영화관에 모인 붉은 악마들은 그라운드의 선수들처럼 온 힘을 다해 응원했다"며 "반드시 기적이 일어나 16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의 슛이 나올 땐 너나 할 것 없이 일어서 박수를 보냈고, 상대편의 위협적인 공격이 있을 땐 두 손을 모은 채 "제발"을 외쳤다. 하지만 이런 응원에도 불구, 대표팀이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새벽잠을 포기한 응원단도 피곤이 몰려 온 듯 지쳐버렸다. 그래도 다음 월드컵에선 희망을 품어보자고 했다.

최연선(25) 씨는 "아쉽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더는 한국팀의 경기를 볼 수 없게 됐지만 태극전사 모두가 온 정성을 쏟아 싸워줬다"며 "다음 월드컵에서는 16강을 너머 8강, 4강으로 가자"고 했다.

이날 포항야구장에서도 응원전이 열려 앞서 응원전 때와는 달라진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이날 포항야구장을 찾은 시민은 경찰 추산으로 모두 900여 명. 지난 23일 알제리전에서의 대패에 실망한 탓인지 응원전 참가자 수(알제리전 1천200여명'경찰 추산)는 다소 줄었으나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함성만은 포항야구장이 터져나가는 듯 했다.

지난 알제리전 때 기물파손과 쓰레기투기 등 크고 작은 사고(본지 26일자 3면 보도 등)가 발생했으나 우리 대표팀의 아쉬운 패배로 경기를 마친 후에도 가져간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며 조용히 일상에 복귀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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