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홍원 총리 유임, 앞으로 대통령이 해야 할 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안대희, 문창극 두 후보가 연이어 낙마한 상태에서 후임 총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사정, 이에 따른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감 등이 정 총리 유임이라는 현실론의 배경이다. 그러나 국민이 박 대통령의 결정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인정해줄지는 의문이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의 책임을 지고 지난 4월 27일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수습되는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임명 때까지 사표 수리를 미뤘다. 이때 이미 정 총리의 총리로서의 '생명'은 끝났다. 이는 정 총리가 과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 개조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의 유임 발표 직후 그가 다음 총리 인선 때까지 내각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시한부 총리'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이은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고사하는 사람이 많고, 후임 총리감을 찾기 어렵고 찾아냈다 해도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려면 8월까지는 신임 총리 임명이 어렵고, 그 사이 국정 공백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형태로든 '무능 정부'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유임시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그 자체로도 정도(正道)가 아니다. 성급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땜질 처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의 징후를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 말았어야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정 총리가 내각을 지휘하면서 국가 개조 작업의 기초를 마련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는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 때문에 유임을 수락한 정 총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정 총리가 '땜질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 국정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이는 박 대통령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는 국민 전체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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