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예스, 문화

세계 최고 도심 공원을 뽑는 설문조사에서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도 이름을 올렸다. 역동성이나 발전 면에서 뉴욕 못지않은 시카고가 2000년 대희년을 맞아서 조성한 밀레니엄 파크의 아름다운 공연장에 간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지역 혁신'을 주제로 미국 주요 5대 도시를 돌며 연수를 하던 중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공연장의 말러 연주에 갔다. 미시간 호반에 위치한 시카고는 8월 초였는데도 비바람이 뿌려 상당히 춥고 으스스했다. 오후 7시 연주 1시간 전에 갔는데, 입장은 허용되지 않고 공연장 바깥에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때 말러 공연에 온 대여섯 살 꼬마들이 상당히 많았고, 처연스레 입장을 기다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앉은 2층 객석에도 많은 어린이 청중들이 자리 잡았다. 어렵다는 말러가 연주되는 동안, 아동 관객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토맥 강가에 자리 잡은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프로듀서'를 보러 갔을 때는 대부분 성인 관람객들이었다. 그날 잊지 못할 장면은 케네디 센터 로비 한 쪽에서 열린 '베트남의 날' 행사였다. 자원봉사자들과 베트남 관계자들이 입장객을 대상으로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베트남 문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공연장에서 만난 수많은 어린이가 어릴 때부터 예술을 접하게 되는 미국식 교육 현장이었다면, 케네디 센터에서는 문화로 세계 각국을 이해시키려는 의지였다. 케네디 센터는 지금도 연중 지구촌 각 나라의 날을 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과 3선의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각각 교육과 문화를 앞세우는 지방행정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3대 문화법(지역문화진흥법'문화기본법'지역문화원진흥법) 시행 혹은 시행을 앞두고 권 당선인은 문화 예산을 3%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경북문화재단을 만들어 경북문화의 저력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문화의 발견과 향유는 세월호처럼 어느샌가 타락해버린 우리 삶의 모습과 그로 인한 불행을 막을 수 있는 키(key)다. 특혜와 지원을 주고받아 결국 부패한 사회로 타락시키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차단하고, 생명과 아름다움 그리고 공생을 존중하는 세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라도 문화에 방점 찍는 지방행정,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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