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맛있다.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맥주는 국내산 아니면 외국산 맥주로만 구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터. 맥주 전문가들은 맥주에 대한 작은 지식만 가져도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이 배가된다고 말한다. 복잡해 보이는 맥주의 세계도 간단한 원리만 터득하면 이해하기 쉽다. 내가 마시는 맥주는 어떤 종류인지, 내 입맛에는 어떤 맛의 맥주가 잘 맞는지 알아보자.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맥주를 골라주는 재미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맥주의 기본, 에일과 라거
"어떤 맥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아직도 '카스' 혹은 '하이트'라고 답하는가. 맥주의 종류는 흔히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90% 이상의 맥주가 에일(Ale) 또는 라거(Larger)류로 나뉜다. 쉽게 말해 복잡한 수학 문제도 덧셈, 뺄셈이 기본인 것과 같은 이치다. 맥주를 만드는 것은 효모이다. 효모의 종류에 따라 발효 방식도 달라진다. 효모의 성질에 따라 맥주의 밑바닥에서 발효가 이뤄지는지(하면발효), 맥주의 윗부분에서 발효가 이루어지는지(상면발효)에 따라 라거와 에일로 구분된다.
라거는 하면발효 맥주로 섭씨 5~1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발효된다. 발효가 끝나면서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효모로 만든 맥주다. 부산물이 적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카스, 하이트 등 국내산 맥주에서부터 네덜란드산 하이네켄, 일본산 아사히 슈퍼 드라이가 대표적인 라거 맥주다.
반면 에일은 맥주 윗부분에서 발효되는 상면발효 맥주다. 섭씨 15~25도일 때, 맥주 윗부분에서 효모들이 활발하게 번식한다. 에일은 흔히 '전통적인 맥주'라고 불리는데 19세기 중반까지 활발하게 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다양한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에일 맥주가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맛은 라거보다 더 진하고 향이 깊다. 한 마디로 에일 맥주가 걸쭉하고 구수한 막걸리라면 라거는 맑고 깔끔한 청주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맥주 감상법
맥주를 감상할 때는 외관 감상이 우선이다. 맥주의 빛깔을 확인하고 거품의 정도, 거품이 사라지는 속도를 확인한다. 그런 다음 향을 맡는다. 맥주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은 의외로 다양하다. 진한 꽃향기에서부터 바닐라 향, 커피 향, 과일 향 등을 맡을 수 있다.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후각에 집중해보자. 혀로 맛을 느끼기에 앞서 코로 느끼는 향은 맥주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맥주가 입안에 퍼질 때의 맛이다. 맥주의 맛과 향은 포도주만큼이나 다양하다. 맥주를 안다는 사람들은 맥주 맛을 과일, 약초, 너트, 토스트, 초콜릿, 캐러멜 등 다른 음식에 비유해 표현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밀 맥주를 "바나나, 클로브(인도네이사산 열대식물), 향신료 맛이 느껴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맥주에도 '보디'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뜻하는 말이다. 입 안에서 무겁게 느껴지면 '풀 보디', 가볍게 느껴지면 '라이트 보디'라고 표현한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첫째, 맥주는 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 맥주잔으로 마셔야 맥주의 빛깔을 감상할 수 있고, 잔에 따라야 거품을 만들 수 있다.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맥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깨끗한 잔이 중요하다. 잔에 기름기나 때가 남아 있으면 거품이 잘 생기지 않는다.
둘째, 생산된 지 오래된 맥주는 마시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양조된 지 1년 미만의 맥주를 마셔야 신선하다고 말한다. 병맥주를 살 때도 반드시 제조 일자를 확인하자.
셋째, 맛있는 온도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선한 맛을 내는 맥주 온도는 여름에는 4~8℃, 겨울은 10~14도, 봄가을은 6~10도다.
마지막으로 편하게 즐기자. 맥주 맛에 정답은 없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빛깔, 코로 들어오는 향, 입안을 감싸는 맛이 정답이다. 함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과 맛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숨어 있던 감각을 깨우는 순간, 시원하기만 했던 맥주 안에서 의외의 맛을 발견할 것이다.
글 사진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참고자료: 비어포럼(www.beerforum.co.kr), 한눈에 보는 세계맥주 73가지 맥주수첩(2010 우듬지/이기중), 태초에 술이 있었네(2012 해문집/김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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