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맥주문화가 변하고 있다.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그리고 맛있는 맥주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맥주를 마시려면 해가 진 저녁, 호프집에 가야 하고 거한 안주를 시켜야 하는 건 옛말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take out) 하듯 간단한 안주와 함께 생맥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또 취향에 따라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
대구시 중구 계산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는 생맥주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카페 입구에는 '아라비카 100% 원두커피'를 홍보하는 문구 아래 '생맥주가 3천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카페 안 분위기는 다른 커피 전문점과 다르지 않다. 편안한 의자가 있고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맥주 9가지와 보드카 6가지, 칵테일 5가지가 있다.
테이크아웃 맥주를 즐기는 손님은 주로 20대 여성과 근처 회사원들이다. 카페 사장 K(32) 씨는 "평일 낮에도 여성 손님들이 생맥주에 빨대를 꽂아 테이크아웃해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저렴하고 간단한 안주는 회사원들의 퇴근길 발길을 붙잡았다. 비싼 안주를 시켜야 하는 다른 맥줏집과는 달리 카페에서 제공하는 안주 가격은 3천원에서 5천원 사이다. 가장 잘 팔리는 안주는 3천원짜리 감자튀김. 이 외에도 피자가 5천원, 프레즐은 2천500원이다.
한편 쓴 맥주 맛에 반기를 든 맛있는 맥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몽맥주, 사과맥주, 오렌지맥주 등 이름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맥주들이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한 칵테일바에서는 두 달 전, 맥주 칵테일을 출시했다. 일반 생맥주에 각종 시럽과 실제 과일을 잘게 썰어 넣었다. 일반 칵테일과 마찬가지로 과일 가니쉬(장식)도 빼놓지 않았다. 길쭉한 모양의 잔에 담긴 맥주 칵테일의 겉모습에서 맥주를 연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달콤한 첫맛에 이어지는 쌉쌀한 맛에 맥주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잔에 6천500원으로 일반 생맥주에 비해 비싸지만 맥주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나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날 칵테일바를 찾은 김인영(25) 씨는 친구와 네 종류의 맥주 칵테일을 맛봤다. 김 씨는 "평소 맥주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맥주 칵테일은 음료를 마시는 것 같아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칵테일바 매니저 신아령(23) 씨는 맛있는 맥주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맥주의 틀을 깨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마치 음료수 같은 맥주로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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