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는 생명의 탄생과 삶, 죽음의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된 지역이다. 세종대왕이 아들과 손자의 태(胎)를 묻은 태실이 있고, 500여 년의 삶을 이어온 한개마을이 존재한다. 가야시대부터 이어온 성산동고분군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주군은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生)'활(活)'사(死)' 순환의 과정을 문화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의 숭고함을 일깨우는 생명문화축제와 박제화되지 않은 전통마을, 고분군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노력 등이 핵심이다.
◆생(生)-세계 생명문화의 수도 성주
성주는 조선 왕실의 태를 묻은 땅이다.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세종대왕자태실(世宗大王子胎室)에는 세종의 왕자 태실 18기와 단종이 원손(元孫)으로 있을 때 만든 태실 석물 1기가 있다. 태실은 왕실에서 왕자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전국의 명당에 안치한 장소를 말한다. 세종대왕자태실에는 비운의 역사도 남아있다. 수양대군은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면서 동생인 안평대군과 금성대군, 화의군, 한남군, 영풍군의 태실과 태실비를 훼손해 산 아래에 버렸다.
홍연옥 문화관광해설사는 "세종은 아버지 태종이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봤기에 자식들 간의 우애를 바라는 심정으로 태를 모두 성주에 모았을 것이다"며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면서 왕실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명당을 찾아 태를 안치했지만 역사의 비극은 피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주군은 2010년부터 태실을 모태로 한 생명문화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생명문화축제에는 서울 경복궁에서 조선시대 왕자의 태를 씻어 항아리에 담아 안치하는 '태 봉안 의식'을 재현한다. 또 오는 2018년까지 태실 인근에 아기별궁과 태교 생명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기별궁은 경복궁을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해 건립하고, 태교 생명관은 분만체험관과 태교 음악당, 산후 조리원 등을 갖춘다는 것. 또 태실생명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생명을 주제로 한 태교 음악회와 태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축제를 개발하고 있다. 세종대왕자태실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활(活)-성산 이씨 집성촌 한개마을
성주군 월항면 한개마을은 조선시대 삶의 모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조선 세종조에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李友)가 입향하면서 개척한 마을로, 여전히 후손들이 모여 산다.
한개마을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전통한옥 75가구가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다. 아담한 담장에는 옛 정취가 흐르고, 한주종택, 북비고택, 교리댁, 하회댁, 월곡댁 등 고택들도 즐비하다. 집 안에는 가재도구와 유교적 생활공간도 옛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개마을에 경주 양동마을이나 안동 하회마을처럼 규모가 크거나 내세울 만한 종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이나 충암 아산의 외암리 민속마을처럼 특색이 도드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문을 걸어 잠근 집이 없고 마을에서 난 흙으로 올린 토담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옛 마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전통마을 보존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담장을 황토로 덧칠하는 재앙을 피한 셈이다.
이수인 (사)한개민속마을보존회장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도 한개마을은 옛 가옥과 담장을 보존했다"면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주민들이 공감하는 민속마을 보존 프로그램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死)-가야문화의 발자취 성산동고분군
가야문화가 한창 꽃피울 당시 성주 지역에는 성산가야(또는 벽진가야)가 융성했다. 성주읍의 성산동고분군과 월항면의 용각'수죽리고분군, 금수면의 명천리고분군 등에는 500여 개의 크고 작은 고분이 분포해 있다. 고분군의 배후에는 4세기에서 7세기 초까지 300여 년에 걸쳐 산성이 축조됐다. 가야시대부터 신라까지 이어지는 장묘문화와 역사적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셈이다. 성산동고분군의 정상에 올라서서 성주읍을 바라보면 인생의 끝에서 맞게 되는 삶의 일몰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성산동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고령 대가야고분과 달리 아직 두드러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분군 전체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성산산성 정상에는 군부대가 들어서 일반인의 접근조차 어렵다. 이에 따라 성주군은 성산동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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