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현장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고요한 산사에서 치유한다.'
대구 동화사에서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이색적인 템틀스테이가 열렸다. 대구경찰청은 27일 오후 8시부터 28일 낮 12시까지 1박 2일간 동화사 국제선(禪)센터에서 경찰관 50명이 참가한 템플스테이를 개최했다. 이들은 범인검거, 생명구호, 변사처리 등 각종 업무로 심신이 지쳐 재충전이 필요한 지구대'파출소 근무 경찰관들이다.
대구경찰청의 동화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5월 처음 시작했다. 지난해는 음주운전 등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들을 프로그램에 참가시켰다. 올해는 징계받은 경찰관이 아닌,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대구경찰청은 10개 경찰서별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가 많아 심사를 거쳐 경찰서별로 5명씩 50명을 선발했다.
"이번 기회에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범인 검거 유공으로 참가한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정재화(46) 경사는 아들(17)과 함께 왔다. 정 경사의 부인은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정 경사는 엄마 없이 크는 아들을 볼 때면 늘 안쓰러웠다. 그는 조금이나마 엄마 역할을 대신해 주고 싶었지만 바쁜 업무로 대화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정 경사는 하루만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아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신청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10분가량 동화사 템플스테이 연수국장 혜문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불교 교리나 삶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스님은 경찰관들의 답답한 마음을 술술 풀어줬다. 참가자들은 스님의 뛰어난 말솜씨에 때로 웃음을 터뜨렸지만. 중요한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했다.
수성경찰서 고산지구대에 근무하는 손재진(47) 경위는 "주거지 밀집지역이라서 야간근무 때면 가정폭력이나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사람들을 자주 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조용한 산사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니 머리가 개운해졌다"고 했다. 강북경찰서 동천지구대 서일교(36) 경장은 "경찰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심병'을 내려놓고 처음 만난 사람을 상대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경찰관들은 오후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났다. 40분간 새벽 예불 시간을 가진 뒤 아침 공양을 했다. 오전 7시쯤 '숲 치유 명상'이 시작됐다. 혜문 스님과 참가자들은 약수암 주변으로 1시간 30분 코스로 포행(좌선 중 졸음이나 피로한 심신을 풀기 위해 느리게 걷는 수행)을 했다.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김은수(47) 경위는 "포행을 가장 기대했었다"며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는데, 아침 일찍 산책을 하며 고즈넉한 산사를 보니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포행을 마친 참가자들은 108배를 했다. 한 번 절할 때 번뇌 하나씩 떨쳐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의식이다. 불교에서는 108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번뇌를 가리킨다. 혜문 스님은 "참가자들이 불교가 삶 가까이에서 보편타당한 가르침을 주는 종교라는 인식을 해준다면 이번 행사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절과 스님이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치안 현장으로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과는 9월쯤 템플스테이 행사를 한 차례 더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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