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오전 1시쯤 대구 달서구 한 병원에서 간호사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서랍에 뒀던 손가방을 도난당했다. 평소 넣고 빼는 물건이 많아 서랍을 잠그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A씨는 "병원엔 환자와 보호자 등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들락거리고 분주한 일이 잦아 크고 작은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절도범이 경황이 없는 틈을 노리는 만큼 조금만 방심하면 도난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 심지어 근무자의 소지품을 노리는 절도가 기승을 부려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절도범들은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경황이 없고, 병원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노려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18일 대구 서구의 한 병원. 병실에 들어가 보니 몇몇 환자는 자리를 비웠고, 병상 옆 서랍 위에는 가방이 놓여 있기도 했다. 낯선 사람이 병실에 들어서도 아무도 '왜 왔는지' '누구를 찾아왔는지'를 묻지 않았고 병상에 누운 상당수 환자는 잠들어 있었다. 더욱이 입원실 안팎에는 CCTV도 없어 절도에 무방비 상태였다.
이런 허술함 때문에 병원은 절도범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4월 초 경찰이 병원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B(33) 씨를 붙잡았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검거되기 전까지 전국의 병원을 돌며 24차례나 절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과 귀금속 등 73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지만, 그동안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대구의 경우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335건의 병원 내 절도 사건이 경찰에 신고됐고, 이 중 131건의 범인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입원실이나 응급실이 있는 병원에 보호자인 척 들어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친다"고 했다.
병원이 절도에 허술한 점을 드러내고 있으나 병원 측은 사생활 보호 문제와 경비 문제 등으로 입원실 내 CCTV 설치나 경비인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실 내 TV에 소지품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으로 알리는 자막을 내보내고, 복도 등에도 게시물을 붙여 주의를 주고 있지만 도난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며 "일종의 생활공간인 병실에 CCTV를 설치하면 환자들이 반발하는 데다 면회자 등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병원에서 도난을 방지하려면 스스로 금품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현금 등은 몸에 지니고, 병원비 등 목돈은 필요할 때 은행에서 바로 찾는 것이 안전하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범에게 범행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병원 관계자나 경찰에 신고해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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