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월 도입 기초연금 '형평성' 논란

20만원을 '소득' 간주, 금액만큼 생계비 삭감…정부 "중복 지원 안돼"

#.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박보생(72) 할머니는 자녀의 집에서 살고 있다. 매월 9만9천900원의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30만원을 받고 있다. 이번 7월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돼 매월 지급받는 연금액이 50만원이 된다. 박 할머니는 "젊은 시절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들을 홀로 키웠다. 정작 국민연금은 늦게 가입하는 바람에 가입기간이 짧아 연금을 많이 받지 못해 늘 아쉬웠다. 매월 기초연금 20만원을 더 받게 되니 앞으로는 생활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좋아했다.

#. 박 할머니의 친구 이정임(70) 할머니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자식이 있는 친구에 비해 연금 혜택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느끼고 있어서다. 아흔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빠듯한 살림을 해나가야 하는 이 할머니로서는 친구에게만 기초연금의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할머니는 "은행 통장을 보면 기초생활 생계비에서 노령연금 9만4천원이 항상 공제돼서 나온다. 7월부터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준다고 하지만 고스란히 삭감될 텐데 이는 줬다 뺏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내달 25일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어르신들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소득'으로 간주돼 사실상 빈곤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기초연금 신청 접수를 받는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매달 소득(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 포함)이 87만원 이하인 만 65세 이상 노인이 대상이다. 이 중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이면서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총 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월 최대 9만9천100원의 노령연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기초생활 생계비는 노령연금 액수만큼 삭감돼 지급된다. 노령연금이 기초생활보장 생계비를 정하는 기준인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으로 전환돼도 상황은 같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로 선정되면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 모두 7개 항목의 급여를 받게 된다. 이 가운데 생계'주거급여는 현금으로 지원되는데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면 이를 소득으로 보고 이 금액을 깎고 나서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 같은 소득 하위 70% 노인이라도 일반 노인은 최대 20만원을 추가로 받는 반면에 기초생활 수급권자는 한 푼도 더 받지 못할 수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이유다.

특히 기초연금 수령으로 아예 기초생활 수급 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최대 9만9천100원의 기초노령연금이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오른 액수 탓에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면 기초생활 수급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어서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과 재산, 공적 지원을 더해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칠 때 그 부족분을 보충해 주는 공적 부조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가감 없이 지급할 경우 중복 지원이 된다는 것. 반면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기초생활 수급 대상 노인들은 기초연금액을 소득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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