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가'시조시인 민병도 개인전

"그림'글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보루…왜 그리는지, 왜 쓰는지 지금도 자문"

민병도
민병도

21세의 나이에 첫 발표를 한 후 올해 예순을 넘기며 화업 40여 년을 맞은 한국화가 민병도. 그동안의 작업을 평가받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화집을 펴낸 그가 화집 발간을 기념하는 스물두 번째 개인전을 다음 달 1일부터 6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연다.

민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작가적 운명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화가이자 시조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그림과 글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보루다. 그림과 글 작업을 병행하는 까닭에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창작의 고통은 배가 된다. 그가 18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 생활을 어렵지 않게 그만둘 수 있었던 것도 작가로 살고자 하는 굳은 결심 때문이었다. "언제나 잘할 수 있는 일보다 잘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 그림과 글 두 가지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에 대한 최고의 예우"라는 그의 말에서 도전 정신을 갖고 창작의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민 작가는 끊임없이 예술을 하는 이유를 자문하지 않으면 작가 정신은 해체되고 작품 속 철학도 증발해 버려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왜 붓을 놓을 수 없는지, 왜 글을 쓰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민 작가는 초기부터 산(자연)을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산은 작품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그 형태는 구체적인 모습에서 점차 단순화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실경산수가 주를 이루었지만 1990년대부터 반추상적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에는 형태의 단순화가 본격화됐다.

특히 2007년 '무위강산'(無爲江山) 시리즈부터 본격적인 추상이 이루어지면서 거칠고 힘 있는 필선으로 단순화시킨 산의 형상과 함께 원색의 강렬한 대비가 화면을 지배하게 됐다. '무위강산' 시리즈는 먹의 집적과 봉우리의 중첩, 계절을 상징하는 연두와 쪽빛, 보라와 적갈색의 색점들을 통해 한국의 사계를 명징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실적 묘사에서 점차 세부 형태가 생략되고 원근감에 의한 시각적 현상까지 해체시켜 나간 화풍의 변화는 타자로 산을 바라보는 단계에서 산의 존재를 내면으로 끌어들여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단계로 나아갔음을 의미한다. 독자적인 자기 언어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민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한국화 재료가 지닌 특징을 잘 활용한 표현주의적 경향의 수묵채색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한편 민 작가는 대학에 재학하던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마을'이 당선되면서 문학인의 길도 걷고 있다. 지금까지 15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최근에 발간된 '한국대표명시선 100'에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한국예총 청도지회장,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글과 그림과 함께하는 그의 작업공간 이름은 '목언예원'(木言藝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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