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조류경보 발령 낙동강 '녹조 공포'

매곡취수장 강물, 녹조 알갱이 둥둥

대구 달성군 하빈면 산하리 일대의 한 강변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이 녹조로 가득한 강물을 컵에 떠 보여주고 있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 산하리 일대의 한 강변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이 녹조로 가득한 강물을 컵에 떠 보여주고 있다.

30℃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낙동강에 녹조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이미 이달 17일 낙동강 창녕 함안보 구간에서 첫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보다 40여 일 빠른 발령이다. 이 때문에 관리 당국과 환경단체들은 올해 최악의 녹조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6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과 대구 인근 낙동강을 둘러봤다. 현장에서 살펴본 낙동강 녹조 상황은 심각했다.

◆곳곳에 선명한 녹조 띠

경북 칠곡군에 있는 칠곡보. 수문에서 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거품들이 밀려나와 있었다. 거품 사이로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뻐끔거리고 있다. 정 국장은 "조류 사체로 인해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들이 물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칠곡보 주변에는 산소 부족 등으로 죽은 물고기가 떠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 산하리 일대의 한 강변. 이곳은 강정고령보에서 22㎞가량 떨어진 상류 지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면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버드나무가 수장돼 죽어 있었다. 그 사이로 녹조 띠가 곳곳에 형성돼 있다. 주변의 강물 색깔 또한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충격적인 장면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매곡취수장에서 목격됐다. 취수장 앞 강물 곳곳에서 뭉쳐 있는 녹조 알갱이들이 보이는데다 취수구 안의 수면이 온통 녹조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 국장은 "취수구 안까지 녹조 띠가 형성된 것은 처음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달성보와 합천보 사이에 있는 우곡교(경북 고령군) 주변의 강물은 더 심각했다. 강 양옆으로 녹조 띠가 선명했고, 주변 물빛이 온통 녹색이었다. 물 가까이 가자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물속에 녹조가 아예 뭉쳐 덩어리로 떠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녹조 현상이 심한 것은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영향이 크다. 보 설치로 물 흐름을 막아 녹조가 계속 번식해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주변 농경지에서 사용하는 비료가 비가 내리면서 강물로 흘러드는 것도 녹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낚시'수상활동 금지해야

녹조 현상은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남조류의 대량 증식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특히 독성 물질 가운데 '마이크로시스틴'은 인간의 간에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로 알려졌다. 낚시나 수상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녹조 현상에 직접 노출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환경부가 시범 운영하고 있는 조류경보제로는 위험성을 즉각 알리고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조류경보제 단계별 조치를 보면 경보가 발령돼야 수상활동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또 대발생 경보가 발령돼야 수상활동 등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조류경보제는 물속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 수 등 두 항목이 동시에 기준치를 넘기고 2주 연속 지속돼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이날 녹조 현상이 심한데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빈면 산하리에서 낚시를 하던 김모(54) 씨는 녹조의 위험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녹색을 띤 것은 황사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았다"며 "일주일 전에 왔을 때는 지금처럼 녹조 띠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조류경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녹조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낚시나 수상활동을 금지하는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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