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에 제빵 개념을 접목시킨 신개념 미술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프린트 기법을 활용해 마치 빵을 만들어내 듯 작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이 신개념 미술의 핵심이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부담 없이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프린트 베이커리'를 출범시켰다. 최근에는 인터파크가 온라인 프리미엄 아트 전문몰을 열고 국내외 작가들의 프린트 작품 등을 판매하면서 프린트 작품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정 수량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빵을 찍어내 듯 만든 프린트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나친 상업화로 작품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과 함께 미술시장 문턱을 낮추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린트 작품이 시장성을 갖게 된 배경에는 미술시장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국내 미술시장은 침체되어 있지만 중저가 작품 판매는 늘고 있다"며 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지난해 이어 올해 프린트 작품 판매전을 개최한 대백프라자갤러리에 따르면 큰돈 들이지 않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프린트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7, 8년 전 미술시장은 대단한 호황을 누렸다. 미술품 구매 열풍이 불면서 하루가 다르게 작품 가격이 뛰었다. 급기야 그림은 애호의 대상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하지만 미술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빠지면서 미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미술계는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갤러리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작품을 제대로 보고 사는 컬렉터를 만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작품이 좋아서 구입하기보다 사두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풍토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인기 있는 소수 작가들의 작품만 거래되고 대다수 작가들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품성이 좋아도 대중성이 없다 보니 작품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유능한 신진작가들 중에 일부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절필을 하고 있다. 대구의 한 화랑이 발굴한 유망 신진작가 중에서 여러 명이 미술계를 떠났다고 한다. 현재 미술계에는 "이제 개천에서 용 나기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림을 돈으로 보는 인식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현재 미술시장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과거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가에게 빵 문제는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빵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을 위해 최근 대구를 방문한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은 미술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엄청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가격이 아니라 작품의 예술적 가치"라며 자신의 작품을 가격으로 평가하는 시선을 에둘러 경계했다. 미술시장에서 매겨진 작품 가격은 시장 논리가 반영된 결과일 뿐 그 자체가 작가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루빨리 능력 있는 작가들이 작품성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전한 풍토가 정립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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