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자 농촌, 희망 김천] <7>시설 현대화로 여는 부농의 꿈

보일러 뗀 포도밭에 커튼 단다

'FTA기금 과수 고품질생산 시설 현대화 사업'에 다겹보온커튼 설치사업이 포함되면서 무가온 시설포도재배 농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포도하우스에 설치된 다겹보온커튼. 김천시 제공

김천은 포도, 자두를 비롯해 사과, 배,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들이 재배되는 과일의 천국으로 불린다. 특히 포도, 자두는 2006년 산업특구로 지정된 후 시설 현대화 등 다양한 지원 속에 김천을 대표하는 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일 천국 김천'을 이끌어 낸 과수농가 시설 현대화 사업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다겹보온커튼 설치로 무가온 재배 가능해졌다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하면 포도 출하시기를 20일 이상 당길 수 있습니다. 출하시기가 빨라지면 그만큼 소득도 늘어나죠."

김천 다수동에서 6천600여㎡(2천여 평)의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이창규(49) 씨. 그는 내년 농사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시설재배 포도 농민들의 당면한 현안이었던 '다겹보온커튼' 설치사업이 농림축산식품부의 'FTA기금 과수 고품질생산 시설 현대화 사업'(이하 시설 현대화 사업)에 포함돼 앞으로 2017년까지 김천권 600여 포도 농가(약 200㏊)에 모두 257억원이 지원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김천은 전국 포도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최대 포도 주산지다. 4천700여 농가가 2천170㏊의 포도를 재배해 연간 1천3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경북도내에서 가장 먼저 비닐하우스 시설재배를 시작한 김천의 시설포도재배 면적은 경북도 전체 시설재배 면적의 67.7%를 차지한다.

이처럼 포도재배 농민들이 시설재배를 많이 하는 이유는 출하시기를 앞당길 경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많은 농민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겨울철 포도하우스를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해 출하시기를 당기면 좀 더 높은 가격으로 포도를 출하할 수는 있지만 높은 생산비로 인해 소득 상승효과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들이 고민 끝에 절충 안을 낸 것이 무가온 포도재배다. 겨울철 인위적으로 기름 난방을 하는 가온 방식보다 하우스의 보온을 철저히 해서 출하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이다.

무가온 포도재배를 할 경우, 생산비는 크게 줄이고 출하가격은 높여 농가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무가온 포도재배에는 다겹보온커튼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농식품부는 다겹보온커튼을 시설 현대화 사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다겹보온커튼 설치가 난방기와 결합돼 가온 시설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FTA기금사업 지원대상에서 제외 품목으로 분류돼 있었던 것이다.

김천시는 이런 지역 시설포도재배 농가들의 애로를 해결하고자 보온커튼 설치 필요성과 지역 포도 재배실태 및 설치 효과 등 세부적인 분석자료를 준비, 다겹보온커튼 시설 지원을 농식품부에 수차례 요구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4년 FTA기금 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 사업에 기존 비가림하우스 일반형뿐만 아니라 겨울철 보온을 위한 동해 방지용 다겹보온커튼 설치 사업도 포함됐다.

김천시 관계자는 "2010년을 기점으로 동해에 강한 캠벨어리 재배면적이 줄고 거봉계 품종이 증가 추세에 있어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면적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냉해를 쉽게 입는 거봉계 품종 농가들을 중심으로 다겹보온커튼 설치의 필요성은 더욱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농업 시설 현대화에 10년간 514억원 투입

김천시의 시설 현대화 사업은 포도뿐만이 아니다. 시는 2004년부터 포도'자두'사과 등 3개 품목에 대해 'FTA기금 과수 고품질생산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시설 현대화 사업은 비가림시설, 다겹보온커튼, 사과조수류퇴치기, 수동식 스프링쿨러, 집수정, 과실생산종합체계(IFP) 등 모두 29개 시설사업을 말한다.

2004년 11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김천시가 지난 10년간 시설 현대화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514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북도내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뿐만 아니라 재배면적 및 사업수요 등이 증가한 배와 복숭아 품목도 지난해 12월 말 농식품부로부터 추가품목으로 승인돼 올해부터 시설 현대화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천시에는 882호의 농민이 376㏊의 배를 재배하고 있으며, 5천254호의 농민이 복숭아 221㏊를 재배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배와 복숭아 농업인들은 사업대상 품목에서 제외돼 지원이 불가능했다.

김천시는 과수재배 환경변화 및 농업인들의 수요증가 요구에 따라 품목추가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 지난해 12월 농식품부로부터 최종승인을 받게 됐다.

이런 김천시의 적극적인 시설 현대화 사업 투자는 김천 과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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