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부부가 생이별을 하고 한쪽 부모가 아이들의 양육을 도맡는 '한부모 가정'을 만난다. 이들 가정을 들여다보면 대개 부모-자녀 관계의 경계선이 모호하거나 무너진 경우를 종종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아버지나 어머니 자리가 없을 때, 그 역할의 부재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며 관계의 부적응 문제를 만나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리라. 그때마다 아이는 환경 탓이나 부모의 이혼을 탓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꾸역꾸역 공격하여 탈출구로 삼기도 한다. 그쯤 되면, 부모는 지금과는 다른 아이의 배신을 괘씸하게 여긴다. 그러나 어쩌랴. 유아기 때는 누구나 부모 고유의 양육 환경을 주는 대로 받다가도 사춘기가 되면 드디어 '자기 소속'에 대한 정체감(identity)을 고민하게 되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남자 청소년의 어릴 때 얘기다. 어느 날, 아이는 오토바이로 식사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아빠를 따라나섰는데 아빠는 그날도 매연이 시커멓게 배출되는 낡은 오토바이 뒷자리 바구니에 빈 그릇과 아이를 태워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아이는 오토바이보다 느리게 달리는 승용차들에게 보란 듯 손가락으로 V자를 그으며 기쁨에 찬 큰 목소리로 외쳐 댔다.
"봐라, 우리 아빠가 일등이야!"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쯤, 아이는 최초로 깊은 사색에 빠졌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더 잘사는 집의 아이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들로 한동안 침울하게 보냈던 기억이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한때, 부모의 양육환경 속에서 소리 없이 견디다 더 큰 집단의 인간관계 경험을 하거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친구들을 통해 자기를 본다. 그때, 최초로 자기 자신의 입지와 타인의 입지를 비교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을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 원망의 화살로 쏘아대기도 한다. 이쯤 되면 부모는 죄인이라도 된 듯, 아이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과격한 행동을 터뜨릴 때마다 마음 아파하고 문제해결을 어려워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 가족의 문제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보기를 권유한다. 어려울 때 한 배를 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를 젓는 사공을 격려하여 힘을 보태야 한다고. 어린 아이이기에 때를 늦출 게 아니라, 지금 아이는 그 일부터 배워 자기를 돕는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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