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반 읽어주는 남자] 조용필-19집 헬로

조용필의 19집 헬로(2013)에 대한 이야기는 이 앨범 발매 기념으로 열린 1년 전 전국투어 콘서트 관람기로 대신한다.

지난해 6월 29일 저녁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의 첫 곡은 새 앨범 타이틀곡 헬로였다.

이후 서너 곡쯤 뒤에 부른 단발머리와 헬로의 무대는 곡 분위기나 관객 반응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2013년의 헬로와 1983년의 단발머리, 조용필의 음악 인생 30년이 각중에(경상도 사투리로 '갑자기'라는 뜻) 무대 위에서 번쩍거렸다. 이런 타임머신 효과가 콘서트에서 거듭 반복됐다.

반복된 것은 또 있었다. 흥분과 차분(함)이다. 모나리자'못찾겠다 꾀꼬리'바운스 등은 떼창(단체로 따라 부르기)하지 않을 수 없는 흥분을 선사했다.

친구여'비련'창밖의 여자 등은 조용필이 만든 심연에 차분히 빠져드는 시간을 선사했다. 이런 전압 변환은 조용필 콘서트 레퍼토리의 강점이다. 사실 모든 흥행하는 공연의 특징은 계속 '웃겼다 울렸다' 하는 노련함 아니던가.

콘서트 끝 곡은 여행을 떠나요였다. 공연 내내 '왜 안 부르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앙코르 요청 뒤에야 부른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듯했다. 인기 힙합 그룹 디제이 디오씨에게 관객들을 무조건 환호하게 하는 필살 히트곡 '런투유'가 있다면 조용필에게는 여행을 떠나요가 있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요가 한 수 위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이 후렴구를 조용필의 신호에 따라 전속 밴드 '위대한 탄생'이 무한 반복한다. 후렴구는 끝날 만하면 도돌이표처럼 되돌아가고, 또 끝날 만해서 무대를 올려다보면 조용필은 오히려 더욱 방방 뛰고 있다. 조용필은 이 '신공'으로 관객들의 진을 다 빼놨다.

그런데 바로 직전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던 2년여 전만 해도 조용필은 앙코르 요청 후 콘서트 끝 곡으로 친구여를 주로 불렀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요와 반대 분위기의 감동 콘셉트 곡이다. 조용필이 바운스와 헬로 등 흥겨운 곡들을 차례로 새 앨범 대표곡으로 선보인 것과 함께 그의 달라진 음악적 지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2시간 30분간의 콘서트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엄선된 그의 대표곡 20여 곡이 공연장을 제대로 뒤흔들었다. 조용필 콘서트가 내뿜는 열기는 주로 40대 이상 여성 팬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조용필의 데뷔 때부터 함께 나이를 먹은, 그때는 단발머리 소녀였던 세대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공연장을 둘러보니 관객의 60%가 바로 그들이었다. 나머지 30%는 엄마 모시고 온 딸들과 마누라한테 끌려(?) 온 남편들. 나는 엄마 따라간 아들이라 기타 10%에 속했다.

그러고 보니 이날 여러 세대가 함께 와서 공연을 보며 신나게 뛰고 논 셈이었다. 그 어디에서 이런 어우러짐이 가능할까. 조용필의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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