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건설현장 '소음과의 전쟁'…교사들 성대결절까지

"수시로 들려오는 쿵쾅쿵쾅 소리에 수업을 못하겠어요."

대구 수성구 A고교는 바로 옆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소음을 참다못해 지난 5월 수성구청에 진정을 했다. 수성구청 담당 공무원은 현장에서 공사장 소음을 측정했다. 소음진동관리법상의 공사장 소음 기준치인 65㏈을 초과한 68.7㏈이 나왔다. 이에 따라 구청은 이 공사장에 5월 7일부터 26일까지 펌프카와 굴삭기 등 중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최근 대구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아파트 건설현장이 증가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늘고 있다.

◆공사장 인근 학교 교사 성대 결절 호소

수성구 A고교는 지난해 5월부터 공사장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몇 개월 동안 비계를 해체하거나 펌프카로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소음이 크게 나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다른 교사도 "일부 선생님들은 소음으로 인해 목소리를 높여 강의하는 바람에 성대 결절이 생겨 치료를 받을 정도"라고 했다.

학교 측의 진정 이후 이 공사장은 구청으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고 잠시 공사가 중단돼 소음이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공사가 재개되면서 학교는 또다시 '소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 교사는 "구청 행정처분 후 건설사 측이 매일 소음측정을 하고 있는데 지난달 11일 측정했을 때는 71.1㏈까지 올라갔다. 건설사 측에서 3학년 교실에 한해 방음창을 따로 설치해줬지만 1, 2학년 교실을 비롯해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여전히 소음으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교사들은 소음이 지속될 경우 대구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소송을 하는 등 법적 절차도 고려하고 있다.

김모(36) 씨 또한 한 달 전부터 집에서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평일'휴일을 가리지 않고 오전 8시부터 집 앞 공사장에서 쇠 가는 소리나 철근 부딪히는 소리 등이 시끄럽게 나기 때문이다. 그는 "휴일에는 도저히 집에 있지 못해 외출했다가 오후 4~5시가 넘어 돌아온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공사장 소음 민원은 ▷2011년 1천118건 ▷2012년 1천246건 ▷2013년 1천730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공사장 소음 문제는 건설사와 주민들 간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구 북구의 B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대구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2월부터 좁은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공사장의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북구청에 진정도 여러 차례 제기해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한 횟수도 100여 차례에 이른다. 이 가운데 8차례는 소음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중지 명령이 내려졌고 과태료도 부과됐다.

◆이동식 방음벽 설치 등 조치 강화해야

최근 소음 민원이 늘면서 구청 공무원들이 소음 측정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북구청 관계자는 "보통 아파트 공사의 경우 터파기 등을 할 때 민원이 집중된다"며 "소음 측정 요청이 예전에 비해 30% 정도 증가했다"고 했다.

현재 주거지역의 경우 소음 기준치는 주간 65㏈, 아침'저녁 60㏈, 야간 50㏈이다. 기준치를 넘으면 구청이 시설규제 개선명령 등 행정 처분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마다 소음 관련 담당 공무원이 1, 2명에 불과해 소음 측정에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소음 측정을 하는 시간이 짧다 보니 '기준 초과'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대 건축공학과 함진식 교수는 "소음은 측정 위치와 시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온종일 측정한 값을 토대로 해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했다.

형식적인 방음벽 설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방음벽을 설치하면 차음각이 생기는데 소음원과 방음벽 사이에 거리가 멀면 방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소음 발생 장비 주변에 방음용 에어돔 등 이동식 방음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함 교수는 "요즘은 아파트 공사를 할 때 중장비를 사용하는데 웬만해선 소음 허용 기준치인 65㏈을 넘을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가 좀 더 방음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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