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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동 포럼' 한국의 유교적 가치 드높인다

'유교(儒敎)는 천(千)의 얼굴을 가진 문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중국이 대국으로 다시 부상하면서 서구에서조차 동양의 전통사유를 재조명하려는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서양의 과학기술 문명을 잘 소화해내면서 이를 산업화와 현대화의 에너지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의 역사를 보는 중요한 관점이기도 하다.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의 대열에 들어선 동양의 한'중'일 3국이 서양의 물질'과학문명을 포용해서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접목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신유학이라는 심오한 정신문명이 깔려있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더구나 조선의 신유학은 중국 성리학의 연장이면서도 선비정신이라는 독특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는 서구의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는 마이클 푸엣 교수(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는 "유학은 결코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신유학의 주요 저작물 중 상당수는 조선 유학자가 지은 것이다"라고 했다. 유교가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고 했다. 조선의 유교사상이 지닌 실천성과 고유성에 대한 인식의 출발이다.

남명 조식의 역동적인 유학정신과 함께 퇴계 이황의 유학사상은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한 혁신성을 띠고 있다. 특히 학문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기약했던 퇴계의 유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실학과 서학(천주교)과 동학으로 나타났으며,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현대의 산업화'민주화의 동력이 되었다. 유교의 창조적 변용이다.

안동에서 세계 석학들이 모인 가운데 21세기를 이끌어 갈 새로운 정신문화의 패러다임을 유교적 관점에서 모색한 '인문가치 포럼'이 열리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질과 자본논리가 낳은 지구촌의 분쟁과 갈등을 사람중심 가치를 중시하는 유교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인문가치 포럼'이 바람직한 공동체의 이상을 현실 속에 구현하려 했던 실천철학으로서의 조선의 유학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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