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사랑 금수강산, 아름답게 새기리

김준권 개인전 31일까지

김준권 작품
김준권 작품

우리나라 판화미술계에서 독자적인 리얼리즘 정신을 추구해 온 작가 김준권 목판화 개인전이 이달 31일까지 BK갤러리에서 열린다.

'자연에 물들다'라는 이번 전시 주제는 김 작가의 작품 경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김 작가는 정갈하고 맑은 자연주의 미학을 목판화에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수묵목판화를 통해 전통 목판화를 계승하고 있다. 수묵목판화는 물이 적절하게 스미고 머무는 성질을 가진 나무에 조각을 하고 수용성 먹이나 한국화물감을 칠한 다음 물에 적신 화선지를 가볍게 문질러 찍어내는 우리나라 고유의 목판화 기법이다. 수묵목판화는 표현된 판화의 맛이 수묵화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작가의 작품 소재는 그가 사랑하는 금수강산이다. 그는 자연이 좋아 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충북 진천의 작은 마을에 둥지를 틀고 작업을 하고 있다. 수묵목판화로 표현한 우리나라의 산수풍경은 한 폭의 수묵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수묵 농담변화의 담백함은 소쇄한 풍경들과 어우러져 담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반면 텅 빈 하늘 아래 낮게 내려앉은 풍경에서는 적막감이 감돈다. 간혹 풍경 속에 등장하는 새조차 소리없이 움직이는 듯하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묵음의 미학이 물씬 풍긴다. 이를 두고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김 작가의 수성 다색목판화(수묵목판화)는 한국 현대 산수화의 방향을 제시할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현실의식을 기반으로 한 국토사랑, 부지런한 발품, 예술적 완숙, 강도 높은 노동을 감내하는 장인 정신 등이 건강하다. 그는 우리 시대 동아시아를 너머 세계적인 목판화의 대표작가로 평가되리라 확신한다"고 극찬했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대나무 숲과 바닷가 풍경도 등장한다. 대나무에는 유년기의 아스라한 추억을 담겨 있다. 김 작가는 "태어난 집 뒤에 제법 큰 대숲이 있었다. 남도기행에서 대숲에 포근히 안긴 집들을 보면서 대나무와 그 숲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둘러본 바다와 섬 풍경은 늘 나를 들뜨게 한다. 이렇듯 산과 들, 바다 그리고 활짝 핀 꽃들은 내가 그리는 꿈이고 현실이다"고 말했다.

30여 년 동안 목판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 작가는 오로지 목판화를 통해 세계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빠르고 날렵하며 세련된 미학을 추구하는 현대미술과 다르게 둔하고 느리며 소박한 매력을 간직한 목판화를 통해 김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자연을 담은 목판화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이런 점에서 목판화가로 김 작가가 품고 있는 화두는 '畵'刻'印'이 아니라 '畵'刻'人'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1980년대 제작한 단색의 초기 목판화를 비롯해 최근에 제작한 수묵목판화, 작업실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영상물 등이 전시된다.

한편 김 작가는 홍익대를 졸업했으며 1984년 서울 그로리치 화랑에서 가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부산 갤러리누보, 청주 무심갤러리,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주 현대미술관, 동원화랑, 일본 동경 나까지마갤러리, 미국 LA컨벤션센터 등에서 3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또 80년대 민족미술 대표작품전, 아시아판화 미술축제, 서울 판화미술제, 한'중'일 목판화전, 자연을 새긴 현대판화전, 교과서 속 우리 미술전 등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회도서관, 중국 북경 중국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054)371-9009.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