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발발한 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4년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전쟁, 왜 터진 걸까.
익히 알려진 사건이 하나 있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한다. 이날 한 청년이 나타나 황태자 부부를 저격해 살해한다. 이를 문제 삼아 오스트리아는 보스니아와 같은 슬라브 민족 국가인 세르비아에 선전 포고를 한다. 이후 러시아가 세르비아 편에, 독일이 오스트리아 편에 선 것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맞서면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뇌관을 건드린 청년의 이름은 가브릴로 프린치프. 당시 19세에 불과했다. 그는 1894년 보스니아의 한 가난한 집에서 아홉 남매 중 일곱 번째로 태어난다. 1908년 오스트리아가 보스니아를 합병한다. 슬라브 민족 사이에 오스트리아에 대한 반감이 퍼진다. 가브릴로 프린치프도 무정부주의자들과 어울리며 민족의 자유를 염원한다. 그는 목숨을 걸고 오스트리아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고위 인사들을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황태자 부부의 차와 우연히 맞닥뜨린 것이다.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유럽을 전쟁에 빠뜨린 테러리스트일까,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진 민족주의자일까. 그의 고뇌와 행동은 같은 시기 일제의 침탈에 맞서 우리 선조들이 펼쳤던 항일운동과 비슷하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이 일제의 고위 인사들을 향해 총을 쏘거나 폭탄을 던진 점도 닮았다. 제국의 법이 그들 모두를 암살범으로 규정했다는 것조차도.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사라예보 사건으로 체포돼 감옥에 수감된 뒤 1918년 결핵과 영양실조로 죽는다.
책은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삶을 통해 제국주의에 맞서던 약소민족의 분노와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그린다. 이를 통해 1차 세계대전의 배경과 원인도 설명한다. 또 결코 그들과 다르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다시 생각해보자.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테러리스트일까, 민족주의자일까. 그가 전쟁의 도화선이 됐지만,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그가 아니라 제국주의였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을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지 못해요. 어차피 전쟁은 일어났을 겁니다."
이 책은 만화다. 저자인 덴마크 사람 헨리크 레르는 1981년부터 역사물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그리고 있다. 대표작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덴마크 점령 상황을 그린 '점령당한 덴마크', 미국 9'11 테러를 다룬 '트라이베커 선셋' 등이 있다. 250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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