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네, 신기하네" 주위 시선까지 즐겨요

이동수단+즐거움, 특이한 탈것 매력에 빠진 사람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인 조선히피 회원들. 김의정 기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인 조선히피 회원들. 김의정 기자
다양한 색깔의 크루저보드.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히피 제공
다양한 색깔의 크루저보드.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히피 제공
대구에서 경산까지 매일 전동 킥보드로 이동한다는 이경열 씨. 스스로 튜닝해 더욱 매력적인 전동 킥보드를 자랑하고 있다. 이경열 씨 제공
대구에서 경산까지 매일 전동 킥보드로 이동한다는 이경열 씨. 스스로 튜닝해 더욱 매력적인 전동 킥보드를 자랑하고 있다. 이경열 씨 제공

타들어갈 듯한 날씨에 움직이기도 싫고, 운동하기는 더 싫다. 자연스럽게 탈것에 눈이 가는 계절이다. 최근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탈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타기 쉬워야 하고, 재미도 있어야 한다. 크루저보드와 전동 킥보드. 이 둘은 재미와 실용성을 모두 갖췄다. 재미있는 탈것으로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아래 있기보다는 야외에서 탈것들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걸 더 좋아한다. 이들은 "독특한 탈것으로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재미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며 "도전해 보라"고 유혹한다.

◆"아찔하게 즐겨보자"-크루저보드

지난달 27일 오후 8시. 해가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젊은 남녀 15명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모임을 시작한 '조선히피' 회원들이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이들이 열중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스케이트보드다. 조선히피는 크루저보드, 스케이트보드, 롱보드 등 보드 종류에 상관없이 보드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보드가 있다. 개성 있는 색깔과 작은 몸집을 한 미니보드, 크루저보드다. 크루저보드는 길이가 22~26인치다. 성인 남자 발 한 쪽이 올라가면 데크(발판)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크기다. 데크가 좁아 일반 보드보다는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보인다. 조선히피 서재영(32) 대표는 최근 크루저보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초보자가 배우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크루저보드는 스케이트 초보자가 입문용으로 배우기 좋다. 크루저보드는 크기가 작아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지 연습할 수 있다. 또 평지 주행에는 크루저보드 만한 게 없다. 일반 스케이트보드보다 바퀴가 커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기에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다. 크루저보드를 배운 지 이틀 됐다는 K모 씨는 "배우면서 딱 한 번 넘어졌는데 그 뒤부터는 쉽게 탈 수 있게 됐다"며 "이틀 만에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혜진(27) 씨는 "9개월 전에 크루저보드를 타기 시작했는데 그때 배운 게 발판이 돼 지금은 길이가 긴 롱보드로 묘기를 연습할 수 있게 됐다"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싶은 사람은 크루저보드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크루저보드는 단순히 '탈것'에 그치지 않는다. 서재영 대표는 "경치 좋은 곳에서 보드를 타러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다음 주에도 5명이 모여 제주도로 보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에요"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크루저보드 가격은 2만원대에서부터 9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크루저보드의 또 다른 매력은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규(24) 씨는 "1년 전 군대에 있을 때 한 패션잡지에서 크루저보드를 보고 예쁜 외관에 반했다"며 "제대하자마자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황색, 하늘색, 노란색 등 선명한 색깔은 타는 사람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준다. 최근에는 지드래곤, 손담비, 가희 등 유명 연예인들의 크루저보드를 타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단순해서 즐거운 전동 킥보드

킥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타던 킥보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주목받는 킥보드는 약간의 균형 감각과 쏟아지는 주변의 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즐길 수 있는 전동 킥보드다.

킥보드는 스케이트보드에 긴 손잡이가 달린 모양을 한 레포츠 용구를 말한다. 두 개의 바퀴가 달린 발판 위에 발을 얹고 다른 한 발로 땅을 구르며 배꼽높이 정도에 있는 손잡이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기존의 킥보드는 한 발은 발판에, 다른 한 발은 땅을 굴러야 앞으로 나간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는 타는 사람이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한 발을 올려 앞으로 나가면서 오른손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눌러주면 모터의 동력으로 킥보드가 앞으로 나간다. 모터에 힘이 실린 뒤부터는 다른 한 발은 나머지 발 뒤에 올려 두기만 하면 된다.

전동 킥보드는 충전식이다. 얼마 전 전동 킥보드를 구매했다는 김성태(25), 황보람(27) 커플이 타는 킥보드는 한 번 완충하면 25㎞를 갈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은 콘센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기에 이들은 대구 안에서는 어디든 킥보드를 타고 다닌다. 배터리 충전 여부는 손잡이에 달린 잔량 표시기에 나타난다. 세 칸이 모두 차 있으면 완충된 상태다.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서 경산시 대학로까지 장거리 등교하는 대학원생 이경열(31) 씨는 두 달 전 등교용으로 전동 킥보드를 샀다. 그는 "두 달 만에 기름 값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며 좋아했다. 평소 차를 타고 등교할 때는 기름 값으로만 한 달에 40만~50만원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절반도 들지 않는다. 이동 경로는 간단하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 캠퍼스 안에서 이동도 얼마든지 자유롭다.

직접 타보기로 했다. 평소 운동신경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모터가 달린 탈것 앞에 서자 살짝 겁이 났다. 오른쪽 발을 발판에 얹고 손잡이를 잡았다. 오른손은 엑셀, 왼손은 브레이크라는 사실을 몇 번 되새긴 다음 액셀러레이터를 누르며 몸을 앞으로 숙이자 킥보드가 부드럽게 나갔다. 전동 킥보드에 올라 탄 지 2분 정도가 지나자 타는 법에 금세 익숙해졌다.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하고, 출발과 정지도 쉬웠다. 비록 시속 5㎞ 이하로 달렸지만 속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전동 킥보드가 레포츠용으로 손색이 없는 이유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취재하러 가며 느꼈던 주차난, 도로 위 무법자들이 준 스트레스를 떠올리니 전동 킥보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여기에 기름 값 걱정도 덜 수 있다니. 이보다 더 매력적인 탈것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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