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무서운 형제

미국의 케네디 형제는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형제였다. 대통령 재임 중 암살당한 존 F. 케네디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후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선거유세 도중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 그리고 역시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자동차 사고로 죽을 뻔한 고비도 겪었던 막내 에드워드 케네디 등 유능한 3형제의 얘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기원전 로마의 명문가 출신 그라쿠스 형제의 삶도 비극적이다. 호민관이 되어 토지개혁을 주도하던 형이 반대파에 암살되자, 아우 또한 개혁정치를 추구하다가 보수세력에 쫓기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의로운 형제들을 세상은 보호하지 못했다.

반면 분수에 넘치는 권세를 누리는 형제도 많다. 쿠바 혁명의 주역이었던 카스트로 형제는 반세기 동안 나라를 철권통치했다. 형 피델 카스트로에게 권좌를 물려받은 라울 카스트로 역시 고령으로 몇 년 뒤에는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처럼 권력 세습을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심스러운 개혁정치도 북한체제와는 다르다.

재미있는 대목은 전대미문의 3대 독재를 물려받은 북한의 김정은도 형제 통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형인 김정철에게 중요한 보위업무를 부여한 것이다. 또 누이인 김여정에게 통치자금 관리를 맡겼다니, 결국 믿을 사람이 피붙이뿐이던가. 그만큼 권력이 취약하다는 방증인데, 이들 무서운 형제의 권좌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미국에서도 무서운 카스트로 형제가 등장했다. 지난해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3명의 여성을 납치해 10년간이나 감금, 성폭행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은 놀랍게도 평범했던 이웃의 3형제였다. 이들 카스트로 형제는 친구의 딸과 조카였던 10대 여성을 납치해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는데, 세상이 경악한 인면수심이었다.

자신을 후원한 사업가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시의원의 친형이 바로 지난 2007년 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의 주범이었음이 밝혀졌다. 골프장 자산을 빼앗기 위해 그 사장과 아들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변호사 형에 이어 사업가의 돈을 가로채려고 친구를 시켜 살인을 교사한 시의원 동생은 범죄수법조차 닮았다. 정말 무서운 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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