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령님, 누에 병충해 없게 좋은 기후 비나이다"

양잠의 고장 상주 함창 '풍잠 기원제'

양잠의 고장인 상주 함창읍에 있는 경북도 잠사곤충사업장 잠령탑 앞에서 4일 첫 전통 방식의 '풍잠기원제'가 재현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함창향교의 고증을 거쳐 전통복장을 갖추는 등 전통제례 원형을 살려 진행됐다.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지는 풍잠기원제는 누에와 뽕나무 농사가 잘되도록 누에의 신인 잠령(蠶靈)에게 기원하고, 인류의 의생활과 건강증진을 위해 희생된 누에의 영혼을 달래주는 제례의식이다.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윤장근 대한잠사회장을 비롯해 잠업관련 기관단체 관계자와 농업인 250여 명은 이날 "누에사육에 적당한 기후를 내려주고 병충해가 없게 해달라"는 등의 염원을 빌었다. 주 부지사는 기원제에서 강신(신을 맞이하는 예절)과 초헌례(첫 번째 잔을 올리는 의식)를 맡았고, 우희원 함창향교 전교(典校)는 아헌례(두 번째 잔)를, 윤장근 대한잠사회장은 종헌례(세 번째 잔)를 담당해 제를 올렸다.

올해로 84회를 맞은 풍잠기원제는 1930년 현 대구시 수성구에 잠령탑이 건립된 이후 매년 이맘때쯤 열리고 있다. 잠령탑은 경북도 잠종장이 1962년 상주시 복룡동으로 옮겨오면서 함께 이전했고, 지난해 상주시 함창읍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경북 양잠산업 부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100년 전통의 경상북도 잠사곤충사업장(장장 설동수)은 명주실과 애누에 공동사육 공급, 동충하초종균을 생산하고 있다. 상주의 명주 생산농가들은 여기에서 공급받은 명주실로 국내에서 유일한 15인치(38㎝) 폭의 명주를 짜낸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상주함창명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로 옆에 명주박물관과 명주테마파크도 조성했다. 전통기법으로 수의와 한복, 스카프, 명주 천연염색 옷 등을 생산하는 상주 함창지역의 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 회원 22명은 2012년 명주 15만 필을 판매해 사상 최고인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