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료단지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첫 주민 설명회

"40여년 걸쳐 마신 석탄 먼지 폐질환 일으켜"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변 주민들이 정부의 건강조사 결과 진폐증 환자가 공식 확인된 가운데 4일 동구 반야월농협에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변 주민들이 정부의 건강조사 결과 진폐증 환자가 공식 확인된 가운데 4일 동구 반야월농협에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4일 오후 3시쯤 대구 동구 신기동 반야월농협 5층 강당. 흰머리에 중절모를 쓴 이상만(79)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마른 몸에 굽은 허리의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안심연료단지(이하 연료단지) 인근 주민 건강조사를 한 뒤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검사 결과 폐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종합병원을 찾았고, 폐암 진단을 받았다. 10월 말 수술을 했고 다행히 초기여서 경과가 좋았다. 이 씨는 "그동안 공식 발표가 없어 개인 돈으로 치료했지만 이제 정부가 주민 건강피해를 인정했다"며 "앞으로 지원 대상과 범위를 확정해 돈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연료단지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본지 4일 자 1'3면 보도)가 이날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주민들은 "주민 피해가 확인된 만큼 하루빨리 진료나 치료를 받을 길이 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정종현 대구한의대 보건학부 교수는 40년에 걸쳐 연료단지의 먼지가 어떤 환경요인에 의해 인근 주민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연탄생산량은 2만1천t으로 최고였던 1986년 149만6천705t에 비해 8%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바람의 특성을 도입해 측정해봤을 때 연료단지 500m 이내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고, 1㎞ 안까지 먼지가 날아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확인된 주요 성분은 연료단지에서 사용하는 석탄과 관련성이 높아 보여 연료단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를 접한 주민들은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다시 떠올리며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건강관리를 맡아줄 것을 요구했다.

40년 전부터 연료단지 인근에 생활한 최충길(73) 씨는 담배를 끊은 지 20년이 됐지만 요즘 가래로 고생하고 있다. 겨울에 감기에 잘 걸리고 증상이 한 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최 씨는 "이전에 검진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건강조사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 2차 폐기능 검사까지 받았다"며 "앞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폐 기능에 문제가 발견돼 2차 컴퓨터 단층촬영(CT)검사까지 받은 서점순(72) 씨는 "요즘도 계단을 오를 때면 숨이 가팔라 힘이 든다"며 "개인적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진료를 받을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했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주민이 자비로 치료를 해왔는데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며 "대구시는 구청에만 책임을 넘기려 하지 말고 의학, 환경 전문가들과 협의해 지원 대상자를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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