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테이(韓Stay)는 가장 한국적인 머무름을 제공하고자 경상북도와 문화체육관광부, 한스테이사업단이 추진하는 숙박통합브랜드이다. 내외국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전통고택, 사찰, 교회뿐 아니라 민박,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관리하자는 취지다. 농촌마을, 어촌마을, 산촌마을 원주민의 집에서 느닷없는 하룻밤이 가능해진다. 한스테이 마크가 붙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믿고 들어가 쉬고 자며 그 주변의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트 프랑스'(Gites de France)와 독일의 '배그'는 한스테이가 벤치마킹하는 시스템이다.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와 독일로 가 눈으로 확인했다. 한스테이사업단 권두현 국제네트워크 책임연구원, 김호민 연구원과 떠났다. 프랑스 현지에선 서금희 재불공연문화교류협회(뚜 꽁뜨르'Tout Contre) 대표가 동행했다.
◆'지트 프랑스'…마구간 고쳐 거실·침실 만들어, 주인이 직접 마중 인간미 물씬
#1. 6월 20일. 파리를 빠져나가 남서쪽으로 100여㎞를 달리니 마르티나트라프(Martinatrap)라는 작은 마을 초입 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조금 더 가니 하얀색 담벼락 사이로 초록 대문이 보였다. 담벼락엔 '지트 프랑스'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비앙브뉴"(bienvenue). 일행을 기다리던 또마 에디뜨(Thomas Edith'53) 여사가 환영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지트는 여사네 옆 별채다. 큰 마구간을 개조한 삼각형 지붕인데 내부에 계단을 낸 복층구조. 2층엔 거실과 침실이 분리돼 있었다. 침대가 3개가 놓였고 욕실이 딸렸다. 패스워드를 넣으니 스마트폰에 와이파이가 잡혔다. "벨기에 부부는 아래층을 쓸거예요. 아기와 함께하는 첫 여행이라는데 내일 아침 함께 식사하며 인사하세요."
서비스 측면에서 호텔보다 친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보단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국에서의 하룻밤에 감동이 밀려왔다. 욕실에 걸려 있는 사람 수만큼의 타월보다 또마 여사의 따뜻한 눈빛, 숙소 이곳저곳을 설명해주는 태도, 부엌 한쪽에 마련해둔 지트 프랑스와 주변 관광지를 홍보하는 책자나 방안 곳곳에 걸려 있거나 놓인 소품은 사무적인 호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푸른색 이불보는 햇볕에 갓 말려 개어놓은 듯 보송보송했다. 벨기에 부부가 8개월 된 아기를 안고 도착했는데 또마 여사가 아기용 침대를 놓아둔 것을 보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프랑스와 스위스의 브라질 월드컵 32강전이 펼쳐지는 밤이었고, 또마 여사는 안채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렇게 우리는 프랑스 농가의 밤 풍경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다음 날 아침, 또마 여사는 바게뜨와 잼, 치즈, 마가린과 커피, 우유, 주스, 오렌지와 키위로 가득한 식탁으로 우리를 불렀다. 지트 프랑스를 운영한 지 7년째. 무미건조했던 삶에 지트는 그녀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식탁에 함께 자리했다.
"지트 프랑스에 가입하면 큰 홍보가 되죠. 브로셔에 우리 집이 등장하고, 관련 책자에도 자세히 소개됩니다. 물론 지트 프랑스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이 됩니다. 그렇게 찾아오셨잖아요?(웃음) 요즘 영어를 배워요. 보다 많은 관광객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길 기대해요. 인터넷과 TV로만 세상과 소통해왔는데 이젠 저희 집으로 직접 오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죠. 지트가 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마을을 알리고, 이웃의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우리 마을에서는 큰 자랑거리인 사탕무를 안내하고, 이곳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에 흥분이 돼요."
"지트 프랑스에는 안전시스템을 설치해야 하죠. 보리이삭(별 다섯 개처럼 지트는 보리이삭으로 품질과 서비스를 평가한다) 0개에서 시작해 3개까지 얻었어요. 저는 숙박비를 시설과 서비스에 재투자해요. 그래서 8월 바캉스 시즌엔 집을 아이들에게 맡기고 우리 부부는 떠나죠. 다른 지트에도 가보고, 파리 시내의 호텔에서도 묶습니다. 트랜드를 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물건도 사야 합니다. 다른 지트에선 예의를 지켜가며 서로 어떻게 운영하는가 의논하기도 해요. 1년에 1만8천유로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데 아직도 저희 지트는 투자할 곳이 많답니다."
또마 여사는 보여줄 곳이 있다며 집 밖으로 나선다. 우리는 밀밭 사이 길을 걸으며 체리를 따 먹었고, 사탕무를 뽑아 맛봤다.(사진2) 그녀가 안내한 특별한 곳은 프랑수아 르그랑(62) 이란 화가의 집과 작업실이었다. 또마 여사는 "한국에서 손님들이 와 작업실을 보여주고 싶다니깐 열쇠를 맡기더군요"라고 했다.
조식을 포함한 또마 여사네에서의 하룻밤은 120유로다(5명까지). 1유로에 1천500원 정도니 우리 돈으로 18만원. 파리 중심부(6구역) 4성급 호텔(우리의 모텔과 비슷했다)은 침대가 하나든 둘이든 방 하나에 320유로, 파리 외곽(16구역) 3성급 호텔은 250유로였다. 가격차가 엄청나지만 프랑스에서의 하룻밤은 호텔보다 지트가 더 기억에 남았다.
◆'배그'…120년 된 벽난로·삐걱대는 계단, 박물관 같은 고택
#2. 6월 18일.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에서 내려 약 1시간 30분가량 승합차로 달렸다. 브란덴부르크에 있는 브리길테(Brigilte'66) 여사의 집은 (사)독일시골관광연합회(BAG)의 승마체험 관련 브로셔에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우리는 인터넷을 보고 예약했다. 브리길테 여사는 제때 도착하지 않은 우리를 걱정하며 마을 초입 부까지 나와 맞았다. 브리길테 여사의 집은 120년 된 독일의 전통가옥. 그러니 우리가 집 안에서 볼 수 있었던 벽난로, 삐걱거리는 계단, 천장의 화려한 등은 모두 120년 된 것들이었다. 집이 하나의 박물관이라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브리길테 여사네는 1990년 독일이 통일된 그 해 서독에서 승용차를 타고 와 이 집을 샀다. 그의 24년 전 승용차는 마구간 옆 창고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부엌에선 셀 수 없는 박제들과 LP판, 오래된 오디오, 브리길테 여사네의 앨범을 볼 수 있었다.
브리길테의 딸 바바라(Barbara'36)가 우리를 마굿간으로 안내했다. 말은 목을 만져주면 좋아한다고 했다. 이 집엔 말이 40마리가 있고 승마장을 운영한다. 승마체험에는 돈을 내야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저렴했다. 오전과 오후 1시간씩 타는데 10유로. 아침, 점심, 저녁에다 간식까지 합쳐 일주일 묶는데 290유로였다. 바바라는 승마 학교를 나온 기수로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승마에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 자녀를 보내는 독일인이 엄청나다. 2, 3주면 말을 자연스레 타게 되니까. 말을 타지 않고 숙박을 하면 25유로. 장기투숙객에는 추가할인도 있다.
"겨울엔 오시는 분들이 적어지지만 봄, 여름, 가을엔 거의 사람이 찹니다. 한 번 오셨던 분들이 꾸준히 오시죠. 그래서 우리는 크고 작은 이벤트를 기획해서 보다 독일의 농장을 잘 체험하고 갈 수 있도록 합니다. 아주 호응이 좋아서요, 유명해질 일만 남은 건가요?"
브리길테 여사는 부활절에 승마 애호가를 초대한다. 말을 타지 못하는 관광객을 위해 마차도 만들었다. 바바라가 아이디어를 내 계란 150개를 숨겨놓고 찾는 게임을 한다. 근처 강과 호수에 낚시를 가고, 사냥도 떠난다. 가을에는 버섯을 채취하는 시간도 갖는다. 여름방학엔 투숙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피크닉을 떠난다. 이스라엘, 일본,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등 많은 나라에서 학생들이 찾고 관광객이 방문한다. 8살 때 처음 왔던 독일인이 20살이 됐는데 매년 찾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방문했던 분들이 배그(BAG) 홈페이지에 투숙 평을 써요. 평이 좋으면 손님이 늘어나지요. 2006년에 칠레에서 한 가족이 왔는데 6개월마다 오세요. 요즘은 스페인어를 배워요. 의사소통이 되면 더 오래 교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배그가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냐는 질문에 브리길테 여사는 "옙"이라고 대답했다.
글 사진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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