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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이 새 보물이다] '산나물 천국'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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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으로 나는 청정 산채, 전국 최고 웰빙 축제 대박…연간 30억원 날개 돋친 듯

첩첩산중에서 새로운 보물이 싹트고 있다. 산나물이 새로운 산업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영양의 산나물 재배농 남원모(54) 씨
첩첩산중에서 새로운 보물이 싹트고 있다. 산나물이 새로운 산업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영양의 산나물 재배농 남원모(54) 씨
산나물 가공업체 남호섭(52) 대표.
산나물 가공업체 남호섭(52) 대표.
산야초 발효 양갱
산야초 발효 양갱

영양은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높은 산에 둘러싸인 심심산천(深深山川)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지리적 '악조건'이 최근 새로운 보물창고로 탈바꿈되고 있다. '산나물 천국'으로 통할 만큼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다양한 산나물이 지천에 널린 고장, 영양이 산나물을 통해 새롭게 비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월산과 검마산, 명동산 등 영양을 둘러친 산자락에는 곰취'취나물'명이나물'고사리'병풍대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영양군은 해마다 산나물축제를 열면서 전국 최고의 웰빙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매년 축제장에는 수십만 명이 찾아 20억~30억여원 어치의 산나물을 구입하는 등 산나물이 그야말로 효자 작목이 됐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영양군, 그리고 영양과 이웃한 강원 양구군까지 묶어 '국가산채산업클러스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산나물이 이제 어엿한 '산업'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산에서 희망을 캡니다

영양군 영양읍 전곡리 웃장골 산자락에 자리한 참청정농장. 남원모(54) 씨는 5만여㎡(1만 5천여 평)의 산자락에 2만여㎡(6천여 평) 규모의 산나물 밭을 만들어 7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8년 전 24년간의 영양군청 공직 생활을 마친 남 씨는 제2의 인생을 산나물에 쏟아붓고 있다. 산자락과 골골마다 곰취'더덕'산마늘'산당귀'도라지'취나물'병풍대를 비롯해 산양삼(장뇌삼)이 자라나고 있다.

남 씨의 산나물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끊임없는 투자였다. 산채밭 조성을 위해 잡초를 제거하고, 산자락에 길을 냈다. 나무가 우거져 볕이 제대로 들지 않은 곳은 간벌작업을 통해 적당한 햇볕과 바람이 통하게 했다. 7년 세월이 한결같은 투자와 정열을 쏟아부은 시간들이었다.

남 씨는 "산나물 농사가 산자락에 씨만 뿌리면 되는 게 아니다. 농사는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에 수확하지만, 산나물 재배는 하루하루가 잡초와의 싸움이고,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동시에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남 씨는 산나물축제장에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내놓고 있다. 수년 전에는 축제 기간 동안 체험객들을 모아 농장에서 산나물 채취체험 행사도 가졌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지금은 300여 명의 단골손님들이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시 소비자들이 해마다 재구매 요청을 해온다.

지난봄에는 곰취와 병풍대 등 산나물 어린 모 3만여 포기를 산에다 옮겨 심었다. 제대로만 자라준다면 내년에는 본격 수확에 들어갈 수 있다.

남 씨는 "산나물 재배가 소문처럼 소득이 높지 않다. 어린 모 한 포기가 1천500원 정도 하는 산마늘 경우, 심은 지 4년 이상 돼야 첫 잎을 수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당 2만5천원을 받아도 고소득이라 할 수 없다"며 "산나물이 고소득 작목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2차 가공산업과 유통, 체험, 관광 등 6차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산나물의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라

산나물의 고장 영양에는 산나물을 활용, 가공산업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일월면 주곡리 고추산업특구 내에 자리한 ㈜그린푸드 남호섭(52) 대표다. 남 대표는 이곳에서 산야초(산나물)와 산약초를 이용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 생산공장이 준공된 남 대표의 회사는 김치와 장아찌류, 산채를 이용한 장류, 산야초 추출물인 사포닌 계통의 발효 음료인 식초와 유산균 등의 기능성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2013년 신청한 '농촌자원복합산업화지원사업'에 따라 올해는 국'도비 등을 합쳐 10억여원을 투자, 발효 음료 라인과 산채 발효 음료 및 고추씨 혼합 발효 식품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산나물을 이용한 가공산업은 전국에서도 드문 일이다. 남 대표는 "수익성보다는 산야초에 오랜 세월 공을 들이고 연구한 장인정신으로 사업을 계속 이끌고 있다. 다양한 기능성 식품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산채김치 등 각종 산야초를 이용한 농'임산물 가공에 나설 예정이다. 또 산야초나 한약재 등에서 추출한 천연물을 활용한 기능성 생물소재 개발에도 나선다. 빵과 음료 등에 사용할 식품첨가물과 기능성 사료, 각종 천연 허브 등을 통한 자연 치유센터도 구상 중이다.

㈜그린푸드는 곰취'민들레'당귀'산마늘'씀바귀'왕고들빼기'곰달래 등 산나물을 이용해 김치를 생산해내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철 따라 자생하는 산나물의 다양한 영양소와 향과 맛을 간직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기능성 김치 제조과정은 원재료 채취와 이물질 제거에서부터 절임, 세척, 탈수, 양념혼합, 발효숙성, 포장, 출하까지 현대식 공정과 과학적으로 연구된 기술을 활용한다.

이 회사는 31가지 산나물과 약초를 활용한 발효소도 생산하고 있다. 이 밖에 영양 산채고추장과 산채쌈장 등 지역 특산품 생산에도 나서고 있다.

남 대표는 "대량화하고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원료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산나물 재배 농가들의 대형화가 필수다. 특히 산나물 재배 시 친환경적인 교육을 통해 1차 산업과 2차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성공 가능하다"고 했다.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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