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人터View] 세계 명품작가 릴레이 초청 김선희 대구미술관장

"현대미술 거장 장샤오강 회고전으로 '관람 신화' 계속 쏠 것"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그녀는 국내 미술관 최초로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 회고전을 유치하며 한국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그녀는 국내 미술관 최초로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 회고전을 유치하며 한국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문화예술계 인사 중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단연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이다. 김 관장은 국내 미술관 최초로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 회고전을 유치하면서 한국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김 관장은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전을 개최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난해 7월 15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쿠사마 야요이전에는 3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2012년 대구미술관 누적 관람객 수가 15만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김 관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장샤오강 회고전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듯이 김 관장은 최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큐레이터 계약 해지 문제로 시작된 의혹 제기가 학예연구사 인사 문제, 작품 매매 및 중개 의혹 등으로 확산됐다.

'다시 찾고 싶은 미술관'이라는 모토 아래 신생 대구미술관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가는 김 관장을 만났다. 큰 전시를 성공적으로 연 뒤여서 김 관장은 여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껄끄러운 질문이 나올 때는 미세한 표정 변화도 읽을 수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와 장샤오강 전시는 김 관장을 미술계 스타로 만들었다. 지방의 신생 미술관이 하기 어려운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잇달아 유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전시가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쿠사마 야요이와 장샤오강 전시가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쿠사마 야요이전의 성공은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방증한다. 시민들은 좋은 전시를 갈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관장 취임 후 대구시장님과의 첫 만남에서 뉴욕, 파리에 가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전시를 볼 수 있도록 1년에 한 번 기획전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1년에 한 번밖에 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세계적인 전시를 꾸준히 열겠다.

-올해 전시 관련 예산이 15억원에 불과한 대구미술관이 세계적인 전시를 유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쿠사마 야요이와 장샤오강을 초대할 수 있었나.

▶비용 절감을 위해 '작가에게 초청비와 제작 지원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작품 운송은 배로 한다' 등의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놓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와 장샤오강을 초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은 친분과 인맥 덕분이다. 쿠사마 야요이와는 1998년 첫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일본 도쿄 모리아트뮤지엄 수석 큐레이터로 재직할 때 쿠사마 야요이전을 개최한 적이 있다. 장샤오강은 중국에서 활동할 때 다진 인맥의 도움을 받아 초대했다.

김 관장은 미국 유학과 일본, 중국에서 수석 큐레이터 또는 관장 등으로 일하면서 풍부한 국제 경험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또 영어, 일어,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이는 세계적인 작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김 관장은 쿠사마 야요이와 장샤오강 이야기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목소리 톤이 약간 높아졌다.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경력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세계적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초대전을 열려면 보통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구미술관은 10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 두 거장을 초대했다. 이는 인맥만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작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내세웠다. 쿠사마 야요이에게는 편지를 썼다. 당신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아시아 미술 발전을 위해 도와 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장샤오강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건넸다. 그리고 전시 홍보를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다행히 작가들이 진심을 알아줘서 전시가 열리게 됐다.

-쿠사마 야요이, 장샤오강 전시는 지방 미술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전시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자칫하면 용두사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예산이 줄지 않아야 한다. 늘어나면 더 좋겠지만 삭감되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만 충족되면 계획했던 일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 작가마다 고유한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고루 대접하듯 시민들에게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김 관장의 아킬레스건으로 화제를 바꾸겠다. 최근 제기된 각종 의혹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대구미술관 운영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발단은 큐레이터 재계약 문제로 근무 기간에 특별한 과실이 없었는데 재계약을 하지 않아 사실상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구미술관이 작품 판매를 중개했고 특정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사들이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 등도 제기됐다.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김 관장에게 문제는 없는가.

▶제기된 의혹은 근거가 없다. 이는 대구시 감사 과정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특히 계약직 큐레이터는 업무 실적을 평가한 뒤 정당하게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사실 부임 당시 반대 여론이 많았다. 전라도 출신의 여자가 관장으로 온다고 하니 인신공격적인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번 의혹 제기도 연고가 없는 저를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저를 믿고 지지해 준 대구미술계에 고마움을 표한다.

-미술관 내부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 것은 관장 책임이다. 또 사태 수습 과정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미술관장으로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다. 초기 대응을 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일방적인 억측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해 공식적인 답변이나 대응을 자제한 것이 결과적으로 화를 키웠다. 이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김 관장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면서 사태는 수습 국면을 맞고 있다. 그래서 김 관장은 비교적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부임 당시 겪었던 고충은 아직도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듯했다. 당시 대구미술관장으로 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말을 할 때 답답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관장은 누명은 벗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구미술관으로 왔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반대 여론을 잠재웠고 올해 재계약을 하면서 두 번째 임기를 맞았다.

이경달 기자@msnet.co.kr 사진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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