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생태계 위협하는 폐수 무단방류 업체 엄벌해야

대구의 상당수 업체가 폐수를 무단방류하고 있어 하천 생태계와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의 최근 폐수 배출업소 지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1천650곳 중 87곳이 규정을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처리가 덜 된 폐수를 내보낸 '배출허용 기준초과'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처리 설비를 신고하지 않은 채 가동한 '비정상 운영과 무허가설비 이용' 등이 5, 6건에 달했다.

한 택시업체는 세차와 정비 과정에서 나온 허용기준을 초과한 폐수를 강으로 흘려보냈는데, 그 변명이 구차하다. 폐수 처리에 드는 전기를 아끼려고 큰 통에 폐수를 모아 한꺼번에 버리곤 했는데도, 배출 허용기준을 넘을 줄 몰랐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이 요즘처럼 높아진 세상에 기름때 낀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고도 괜찮을 줄 알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 금속 도금 업체는 폐수 배출 시설에 대한 가동 신고도 없이 운영하다 적발되었는데, '공장 문을 여는 데 정신이 없어 신고해야 하는지 여부를 미처 몰랐다'는 핑계를 내놓았다. 일부 카센터와 세차장은 폐수방지시설 운영일지를 쓰지 않은 채 '인력이 부족하고 바빴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사실은 적당히 폐수를 처리해도 걸리지만 않으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0년에도 비슷한 단속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그동안 유독성 폐수를 지속적으로 무단 방류하고도 적발되지 않은 업체가 있을 수 있다. 양심불량 업체들은 심야 시간대에 비밀 배출구와 하수구를 통해 폐수를 방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장마철 강이나 하천물이 불어나는 틈을 타 폐수를 몰래 흘려보낼 가능성도 크다.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폐수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호강과 낙동강의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유독성 폐수 방류는 생태계 파괴와 함께 주민 건강 훼손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위반업체들을 솜방망이 처벌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민관합동점검 등 환경 당국의 끊임없는 단속도 필요하지만, 업체 스스로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범죄성을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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