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경제논리 속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윤리와 의(義), 인간중심 가치를 중시하는 '유교'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점을 찾으려는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이 지구촌 석학들의 "유교의 가르침을 미래 지향적 시각으로 다시 읽자"는 제안으로 폐막했다.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첫 사업으로 추진, 안동에서 4일 동안 열린 포럼은 21세기를 지탱할 인문가치를 안동 정신에서 찾을 수 있는 필요성과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홍보 전략과 기획 부족으로 행사장마다 동원된 인원들이 채워졌고, 언론들도 침묵해 '동네잔치'에 불과했다는 평가마저 일고 있다.
◆안동 정신의 가능성
영국 런던대학교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가 낭독한 '안동대회 선언문'에서 석학들은 "인류발전의 역사적 경험을 성찰하고,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바탕을 재계발해 인간의 본성과 주체성을 회복하는 길을 추구하기 위해 인문 전통의 고장 안동에 모였다"며 "유교의 가르침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다시 읽어내 다양한 문명 간 소통과 창조적 융합을 도모할 것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포럼은 20여 명의 지구촌 석학들이 참석, 전통철학인 유교가 자유주의'자본주의'여성 문제'미래학'청소년들의 꿈 등과 어떻게 결합되고 재해석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또 유교에 접근하는 방식도 정치학에서 경제학, 사회학, 철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풍성했다.
포럼 기간 동안 '농업-천하의 근본을 세우다'라는 주제로 경의 농업에 대한 토론회와 세계청년유림대회, 조손나들이선비단 발대식 등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한국정신문화재단과 중국 니산세계문명포럼은 5일 학술교류 협정서도 체결했다.
양측은 앞으로 유학연구를 위한 정보교환과 인적교류를 강화하고, 상대방이 개최하는 학술회의에 상호 참가하기로 약속했다.
김광억 포럼 공동조직위원장은 "유교가 다양한 사회과학분야에서 뛰어난 방법론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유교를 통한 연구의 새로운 틀을 찾아 나가는 학자들이 크게 늘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안동만의 포럼 전락 우려
'자화자찬'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안동에는 중국이 부러워할 정도의 유학적 산물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성리학을 집대성한 동양의 오성 가운데 한 명인 퇴계 선생의 가르침이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구촌 한구석 안동, 그것도 실내에서 이뤄진 가운데 강의와 토론을 국내외에 전파해야 할 언론들이 행사장에 거의 없었다. '홍보가 절반'이라는 대회 관계자들의 말과는 달리 홍보전략은 '0점'이었다. 다양한 홍보전략을 통해 유교가 가진 소통의 의미를 국내는 물론 지구촌, 세계인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게다가 모든 행사에는 공무원들을 비롯해 주민들이 동원됐다. 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들이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로 전달됐다. 이장'통장들이 자리를 메웠으며, 학생과 군인들이 다양한 핑계로 세계적 석학들이 내뱉는 전문적 강의를 들어야 했다.
포럼 한 관계자는 "행사를 진행할 업체 선정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 이번 행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공자를 앞세워 21세기 정신문화 패러다임을 이끌려는 중국을 넘어설 수 있는, 경제 '다보스 포럼'에 버금가는 인문 '안동 포럼'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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