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의 A섬유업체는 얼마 전 직원 몇 명을 줄였다. 주문량이 계속 줄어들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어서다. 임모 대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직물을 수입업자와 중견업체가 대량으로 들여와 국내 주문은 거의 고사 상태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공장 문도 닫아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영세 화학섬유 직물업체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국산 화섬 직물류 생지원단이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대량 수입되면서 주문량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 급증
최근 들어 대구경북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생지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는 대구경북 직물기업과 원단 취급 수입상들에 의해 지난해 국내에 유입된 생지는 2만2천413t이라고 밝혔다. 이 중 중국산이 1만8천419t으로 전체 수입 생지의 약 83%를 차지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유입된 수입 생지 8천130t 가운데 중국산이 7만t으로 87% 차지했을 정도다. 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올 1~5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폴리에스테르 직물 수입금액은 2천435만9천893달러로 전년 동기(2천131만7천156달러) 대비 14.2% 증가했다.
중국산 생지 수입 급증은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국내 생산 제품의 해외 수출이 큰 이득이 없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체 대표는 "값싼 중국 제품을 수입하면 환율로 이득을 본다. 게다가 국내에서 염색 가공을 거치면 'made in Korea'로 판매해 제품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며 "당연히 수출에서 환율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장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산 합섬 생지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지역 영세 직물업체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경산의 한 섬유업체는 경기 악화로 생산설비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가동률이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곳 사장은 "이전에 45명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20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국산 수입이 늘면서 주문이 줄고, 재고가 쌓이니 더 이상 공장 운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영세 업계 상생 요청
대구경북 영세 제직업체들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중국산 화섬직물류 생지가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하게 대량 반입되고 국내에서 염색가공돼 수출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일부 업체들은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고 있다. 지역과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이번 서명운동에 대구경북 섬유관련자 1천 명이 참여했다"며 "중국산 원단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를 위해 무역위원회에 산업피해조사 개시 요구와 제소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산 생지를 임가공해 한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것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미국과 EU는 중국산 생지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할 경우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관에서 수출입업자가 원산지 규정을 어기지 않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한편 지역 섬유업계가 스스로 상생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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