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이하 연료단지)의 영향으로 인근 주민이 진폐증 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 환경부 조사(본지 4일 자 1'3면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연료단지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전 해법 찾기가 녹록지 않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는 이전에도 대체 부지를 마련해 연료단지를 옮기려고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포기했고, 연료단지 업체들의 자진 폐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해당 업체들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대체부지 통한 이전 계획 백지화
연료단지 이전 논의가 구체화 된 건 1997년부터였다. 당시 대구시는 장기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연료단지 이전 계획을 세웠다. 2001년 3월엔 연료단지(9만8천485㎡)를 포함해 동구 율암동 일대 31만1천700㎡를 지구단위계획구역(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서 이전을 본격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별 진전 없이 시간만 끌다가 시가 2008년 수성구 가천동 가천역 인근 지역을 대체부지로 선정하면서 이전이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해 대구선이 폐선되면서 무연탄 수송이 열차에서 화물차로 대체되면서 소음과 분진이 심해져 주민 생활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이전 목소리는 커지고, 운송수단 변경에 따른 운송원가 상승분을 정부가 떠안게 된 것도 이전에 힘을 실었다. 2009년 3월 시가 연료단지 이전을 위한 소규모 산업단지 조성 방침을 세우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자 분위기는 무르익는 듯했다.
하지만 2011년 7월 대구경북연구원이 이전에 300억원의 비용이 들고 이전 예상지인 수성구 가천역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 등을 고려, 이전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자 시는 이전계획을 백지화했다. 같은 해 11월 연료단지 업체들이 달성군 다사읍의 쓰레기매립장 인근을 후보지로 추천했지만 입주할 시설물이 결정된 상태여서 이 역시 무산됐다. 이후 이전 논의는 수그러들었다.
대구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대구 내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디를 가든 주거지가 많고 주민 민원이 많아 부지 마련이 힘들다"며 "연료단지 업체들이 요구하는 그린벨트 지역에도 주거지가 있고, 분진 공해를 유발하는 연탄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그린벨트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폐업 유도와 강제수용 통한 개발?
시는 대체부지를 통한 연료단지 이전이 불가능해지자 '폐업 유도'와 '강제수용을 통한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고,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회도 현실성 있는 방안을 통한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폐업 유도는 연료단지가 맡아온 대구 내 연탄 공급을 중단하고 타지역으로부터 공급받겠다는 안이다. 경북 경주와 김천, 의성, 성주, 경남 밀양 등지의 연탄 공장이 대구에서 60~65㎞ 떨어져 있어 차량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경주 공장은 80㎞가량 떨어진 부산에 연탄을 공급하고 있고, 심지어 부산~제주 정기 화물선에 실어 제주까지 배달하기도 해 거리상으로 대구 내 공급이 문제없다는 것.
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 내 연탄 사용가구가 4천990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중 기초생활수급자 등 순수 취약계층은 2천400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연료단지 내 연간 생산량이 12만t으로 음식점, 상점까지 포함해도 40~50%는 타지역으로 팔려나가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은 연탄공장 가동률이 40% 수준인데 이를 70%대까지 끌어올리면 대구 내 연탄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폐업을 유도한 전남 여수시의 경우 130㎞나 떨어져 있는 전남 화순군의 남선연탄과 화광연탄공장에서 들여오는데 단가가 약 100원(1장당)가량 비싸지만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단가 상승분에 대해 취약계층에 직접 보조 방식으로 지원한다면 가격 상승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제수용으로 인한 연료단지 일대 개발도 이전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안심 지구단위계획구역은 31만1천700㎡로 이 중 국'공유지가 14만1천365㎡로 45.4%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사유지 중에도 법인이 15만3천47㎡(49.1%)를 보유한 반면 개인은 1만7천288㎡(5.5%)에 그쳐 수용절차를 밟는 게 한결 용이하다는 것. 특히 연료단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대성산업(4만6천759㎡)이 개발에 동의한다면 국'공유지를 포함해 동의가 계획구역의 60%를 넘게 되고, 중립적인 입장인 양회단지(시멘트 제조'6만2천50㎡) 업체들까지 동의로 돌아선다면 80%가 넘어 토지 강제수용(토지면적 3분의 2 이상)이 가능해진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토지보상비다. 1㎡당 공시지가는 50만원대로, 공시지가로만 전체 사유지 보상에 900억원이 들고, 공시지가의 3, 4배 정도인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2천억~3천억원의 토지보상비가 든다. 안심지역은 K-2 공군기지로 인한 고도제한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토지보상비가 부담일 수 있다.
◆미온적인 대구시, 완강한 연탄업체
대구시는 여러 방안을 놓고 연료단지 이전 해법에 골몰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온적인 태도다. 시는 주민건강조사 결과 발표 직후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해 비산먼지 사업장으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와 역량을 모을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시는 대체부지 마련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사기업에 폐업을 강제하면 행정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또 토지수용을 위해 토지소유주를 설득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연탄업체 측은 여전히 대체 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석탄산업법에 따라 연료단지 이전에 책임이 있는 대구시가 그린벨트 등 대체 부지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 서민들이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고 있고, 연탄공장 종업원 등의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폐업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연탄업체 관계자는 "시는 대구 안에는 갈 데가 없다며 부지 선정에 뒷짐을 지고 무조건 쫓아내거나 폐업시키려고만 한다"며 "추운 겨울 서민들의 연탄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장을 함부로 옮길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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