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최대 도시인 시드니에는 10만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호주는 널리 알려진 대로 연중 날씨가 양호하고 문화시설이 발달되어 있으며 복지 혜택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고 땅은 넓은 데 비해 인구가 2천300만 명에 불과하여 호주 정부는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고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드니의 광역도시권에는 크고 작은 40여 개의 시정부가 있다. 우리의 구청보다 작은 규모인 이 지방정부들은 상하수도, 공원, 도로, 복지 등 주민의 실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사항을 관장하고 있다. 시장과 10명 내외의 시의원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며 일정한 수당 외에는 별도의 급료를 받지 않는 명예직이다. 월정액을 세비로 받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호주와 한국의 지방도시 간에는 약 30여 개의 교류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시드니에 위치한 다수의 시정부도 한국의 여러 지역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예컨대, 대구의 수성구는 시드니의 블랙타운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다.
지자체 간의 교류 초창기에는 시장 등 고위직의 일회성 방문과 의례적인 협약서 체결로 예산 낭비와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지방교류의 추세는 실무적 행정교류 증가, 민간 경제교류 확대, 문화교류 다양화 등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과 호주 지방정부 행정실무자들이 일정기간 교류도시에 체류하면서 직접 행정정보를 공유하는 교환근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시적인 방문 등 전시행정에서 많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시드니 인근 맨리시의 녹지업무 담당자가 부산 영도구에서, 영도구의 관광업무 담당자는 맨리시에 와서 서로 도입가능한 우수시책을 벤치마킹하였다. 각급 학교 학생들의 상대지역 방문과 홈스테이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간의 경제협력도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시드니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식품전시회에는 경상북도에서 지역음식을 출품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금년도엔 대구시의 투자사절단이 방문하여 교역확대를 모색했다. 올 9월에는 뱅스타운시의 기업들로 구성된 통상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하여 교역 활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제협력에서 더 나아가 문화교류를 통한 관계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작년부터 우리나라 전통 민화작품 전시회가 호주 자매도시를 순회하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구 수성구에서 도자기 작가와 큐레이터가 직접 블랙타운시를 방문하여 한국 도자기 전시회를 개최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금년 9월에는 블랙타운 시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수성구 축제에 참가해 두 지역 사이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다문화국가인 호주의 지방정부는 각국의 문화행사에 관심이 많다. 금년 초 한인상우회가 주관한 시드니 설축제에는 시정부의 협조를 얻어 우리의 민속공연을 보여주고, 시가지 퍼레이드에 참가하여 한국의 고유문화를 홍보하였다. 매년 10월 개천절 즈음에는 한인 다수 거주지역에서 한국의 날 행사가 대규모로 개최되고 있는데 이러한 축제에 우리 지자체에서 참여하여 지역특색을 홍보한다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다각적인 풀뿌리 교류가 새로운 외교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방교류 활성화를 통해 상대 도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역의 주민과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책발굴이 가능하며, 나아가 국가 간 정치, 경제, 문화적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글로벌화를 한층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휘진/주시드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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