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고누, 망줍기, 쌩쌩이, 비석치기를 아십니까? 모두 우리나라 전래놀이들입니다. 휴대전화에 중독되다시피 매달리는 아이들에게도 전래놀이를 한 번 가르치면 까르르 넘어갑니다. 놀이 내용의 숙지는 물론 집중도 상당히 잘 됩니다."
요가와 명상 강사로 활동하던 중 '아이들에게 옛날 놀이를 가르쳐 보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국놀이협회를 통해 전래놀이를 익혀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김영진(62) 한국전래놀이연구회 회장.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모르게 장난꾸러기 모습이 어려 있다.
"예전엔 아이들이 놀 흙 마당이 많았으나 이젠 거의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학교운동장이나 실내에서 놀 수 있는 놀이가 60여 가지나 됩니다. 원래 200여 가지가 넘지만요."
그의 놀이 규칙은 단 3가지. '잘 놀자', '집중해서 놀자', '소리 높여 놀자'이다. 그 이면엔 안전과 몰입, 오감만족이라는 놀이의 철학이 있다. 놀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또래 관계를 개선하면 왕따와 학교폭력이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래놀이는 수백 년 동안 검증된 유희로 휴대전화 같은 중독성이 없습니다. 대신 자연친화적이며 자발성 함양, 협동심, 배려, 공동체 의식이 싹트게 됩니다."
지천에 늘린 풀로 인형을 만드는 풀각시놀이는 계절별 각종 꽃과 풀 종류를 익히게 하며. 쌩쌩이는 계속해도 안 되다가 어렵게 성공했을 때 기쁨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길러준다. 또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망줍기, 땅 따먹기, 사방치기 등은 배려와 협동심이 생겨난다. 고무줄놀이와 실뜨기는 몸으로 표현하는 종합예술로서 동작과 기술을 익혀가며 만족과 행복감을 주는 놀이이다.
"전래놀이 가운데 있는 다양한 규칙은 자긍심을 키워줍니다. 놀다가 아웃됐을 때 다시 놀이에 참가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자기반성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래놀이는 '나를 찾아가는 놀이'이기도 합니다."
이런 까닭에 중학교 '짱' 14명과 약 2시간 전래놀이를 한 결과 학생들의 심성이 밝아지는 변화를 보이며 일일이 김 회장과 포옹을 하며 교문 밖까지 배웅을 했고, 교실에서 1년간 한 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놀이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자 담당교사가 놀라 따라다니며 웃는 모습을 찍기도 했다. 또 제기를 전혀 찰 줄 몰랐던 학생이 2시간여 노력으로 5번을 한꺼번에 차게 되자 얼굴에 만족스러움이 활짝 묻어나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 전래놀이를 하면 이기적이던 아이들이 변합니다. 저학년과 고학년을 함께 놀게 하면 놀이 중 저학년이 넘어지면 고학년이 엉덩이를 털어주며 격려하는 장면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전래놀이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현재 전라도와 충청도 교육청에서는 놀이교본을 만들어 일선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김 회장은 15명의 놀이 강사와 함께 지난 1년 동안 방과 후 교실과 돌봄 교실, 각종 단체 등에 200여 회의 전래놀이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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