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학부모총회를 하던 날 기억이 새롭다. 학부모회장으로 추천되었을 때 어떠한 일인지 잘 몰라 두려움으로 거부했었다.
삶이 풍족하지 않고 세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금전적으로 부담이 컸다. 내가 알고 있던 학부모회장이란 각종 행사 때마다 찬조하고, 치맛바람 일으킨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한 학기를 마쳐가는 지금, 나는 너무나도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였던 것에 후회를 한다. 또한 학교 측과 선생님들에게 죄송한 마음마저 든다. 처음 학교 행사 때 찬조와 기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로 향하던 나의 발걸음은 부담감 때문에 잘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나를 맞아주시는 선생님들은 실망한 기색도 없이 참석해 주셔서 고맙다고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하셨다.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선생님들은 찬조나 기부를 생각지도 않고 바쁜 와중에 참석해 주었다고 고마워하시는데, 나는 무엇을 상상하며 부담감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인가?
조선왕조에 나오는 청백리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청백리 율곡 이이 선생의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원칙처럼 자신의 맡은 직분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에게 오해와 편견을 가졌던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지금도 어떠한 일이 학부모회장의 업무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교,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열심히 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맡은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어릴 적 은사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너희들이 앉은 의자는 또 다른 이가 앉을 의자다. 깨끗하게 물려준다면 모든 이가 너를 존경하며 박수쳐 줄 것이다. 항상 정직하고 바르게 생각하고 생활하여라.'
은사님은 의자에 비유하여 말씀하셨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의자의 의미는 청렴일 것이다. 몸소 청렴을 실천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은사님의 말씀은 청렴하게 세상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라는 것을 아이를 셋 낳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현재 학부모회장이다. 이 직책을 맡으면서 마음의 부담을 많이 느끼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청백리를 실천하는 선생님들의 뜻을 더욱더 깊이 새기며 차기 학부모회장에게 깨끗한 의자를 물려주려 한다. 그것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청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혜영 씨는 현재 대구동부초등학교 학부모대표이다.(편집자)
박혜영(대구 동구 신암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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