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다이빙 포인트로 대개 제주도와 울릉도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제주 문섬의 새끼섬은 다이버라면 한번쯤은 가본 곳이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다. 문섬은 제주 서귀포항에서 남쪽으로 1.3㎞가량 떨어져 있는 섬이다. 사계절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문섬이라는 이름은 모기가 많아 모기 문(蚊)자를 써서 '문섬'(蚊島)이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고, 민둥섬이어서 '민섬'이라고 했는데 음이 변해 '문섬'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문섬 옆에 조그만 돌바위섬이 하나 붙어 있는데 그 섬이 바로 '새끼섬'이다. 시즌이나 다이빙축제 때 수백 명이 조그만 바위섬에 장사진을 이뤄 어떤 이는 '목욕탕'이라고도 부른다.
문섬에는 '한개창'이라는 유명 포인트도 있지만 오늘은 '새끼섬'에 대해 살펴본다. 그곳엔 언제나 사람이 많다. 어마어마한 연산호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 입출수의 용이함, 빼어난 직벽다이빙의 압도적 풍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컬러풀한 원색의 연산호들이 수십m의 직벽을 빽빽이 채우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초보자 스쿠버와 동행했을 때에는 새끼섬의 3분의 1 정도 거리를 갔다가 돌아오는 여정을 추천하고 싶고 중급자 이상의 팀이라면 새끼섬 일주를 권하고 싶다. 공기 소모량을 감안해 15m급에서 일주하면 보통은 중급자 수준에서 넉넉한 공기 잔량을 확보할 수 있다. 새끼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아, 이 맛에 다이빙을 하는구나"라고 물질꾼들을 이해하게 된다.
괌이나 사이판 등지를 자주 다닌 다이버들이 제주 문섬을 경험하고는 깜짝 놀란다. 물이 따뜻하고 시야가 좋은 괌이나 사이판의 산호들은 연산호보다는 경산호가 많아 딱딱하고 죽은 산호가 많다. 또 색깔도 회색이나 거무튀튀해 아름답지 못하다. 그러나 문섬의 수십m 직벽에 총천연색의 살아있는 연산호를 보게 되면 '이게 바로 살아 있는 바다'라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국 다이버들도 문섬을 많이 찾는다. 15m에서 60m의 직벽엔 다양한 종류와 색깔의 연산호가 자라고 있다. 그래서 물 중간에 떠있을 수 있는 실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조류 또한 만만치 않다. 서귀포항의 방파제 연장공사로 과거보다 조류가 더 세지고 물도 흐려졌다. 초보자들이 많이 찾는 포인트이지만 새끼섬 일주를 하기에는 위험한 요소가 많다. 새끼섬에서는 보트 다이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수한 곳으로 되돌아오거나 섬을 아예 한 바퀴 일주하기 때문에 조류가 셀 때는 못 돌아오는 수도 있다. 이런 형태의 다이빙을 '섬비치다이빙'이라고 한다. 경험 많은 가이드나 인솔자와 함께한다면 초보자도 안전하게 제주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조류는 정확하게 예측되는 지구과학적 현상이다. 바꿔말하면 예측 가능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조금(소조기) 때는 초보자라도 안전하게 물질을 즐길 수 있다. 정조(조류의 흐름이 멈추는 시간) 때를 이용하면 더 안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물의 유동이 없어 시야도 더 좋다. 일반적인 경우 간조(저조) 때보다 만조(고조) 때가 물이 맑다. 제주든 다른 곳이든 환상적인 포인트는 대개 조류가 세다. 다이빙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면 날씨는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조류는 예측이 가능하다. 음력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포인트도 좋지만 새끼섬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바다 절벽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살아있는 바닷속에서 뛰노는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다양한 생물, 그리고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찬란한 햇살을 경험하면 그 잔상은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한 번 느껴보세요.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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