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는 1990년 1집을 발표하며 타이틀곡 '사랑일 뿐이야'로 인기를 얻은 발라드 가수다. 그때나 지금이나 흥행하는 발라드 주제는 사랑의 세레나데 아니면 이별의 절규다. 그런데 김민우는 남과 북이 대치한 한반도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발라드 주제로 인기몰이를 했다. 주제는 군대, 제목은 '입영열차 안에서'. 1집 수록곡이다.
노랫말 속 화자는 입영열차에 탄 젊은 남자다. 그에게는 연인이 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기다리지 말라고 한 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어느 날 그대 편지를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 자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눈물 떨구네. 내 손에 꼭 쥔 그대 사진 위로.'
다시 듣고 보니 사랑과 이별 모두 담은 군대 노래다. 아직 이별은 하지 않았으니 '아픈' 사랑 노래다. 하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데다 전화 통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생이별'과 다름없고, 그래서 이별의 전주곡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곡은 매년 수만 명의 청춘이 군 입대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이 만들어낸,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주제의 곡이 아닐까. 그리고 입대 당사자들은 물론 연인과 가족, 친구들까지 곡을 듣는 잠재적 소비자로 설정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어 이채롭다. 이 곡은 당시만 해도 1년 내내 들을 수 있는 연중무휴 유행가였다. 군 입대는 365일 계속됐으니까. 또 떠오르는 신예 작곡가 윤상과 히트 작사가 박주연이 합작해 주목받았다.
사실 군대가 주제라면 더 유명한 곡이 있다. 김광석이 리메이크해 히트시킨 '이등병의 편지'(1993)다. 원곡은 1985년 김현성이라는 뮤지션이 작사'작곡했다. 입영열차 안에서와 이등병의 편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입영열차 안에서는 입대 전이라 심란하다. 곡 전주 부분 신시사이저 연주를 들어보면 아르페지오(화음을 이루는 여러 음들을 동시에 소리 내지 않고 하나씩 이어가며 따로 연주하는 것) 주법에 에코(echo'울림) 효과를 살짝 가미해 마치 배회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등병의 편지는 입대 후 심란함은 어느 정도 극복한 대신 애잔함으로 가득하다. 제목 그대로 눈물 나는 이등병 때다. 그래서 통기타 하나의 선율이 변주나 기교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요즘은 이런 '군대송'이 잘 들리지 않는다. 아득했던 군 복무기간이 이제는 좀 짧아져서 그만큼 아쉬움도 줄어든 까닭일까.(현재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공익근무요원 24개월) 큰일 날 소리! 여전히 긴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 대신 국가를 지키는 청춘들의 군대 생활 시간 1분 1초는 우리가 늘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해야 할 시간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겠으나 아마도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입영열차 안에서'는 한 시대 특유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소중한 발라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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