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개 선거구에서 치러질 7'30 재보궐 선거 후보자 등록이 11일 마감됐다. 이번 재보선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여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미니 총선'이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여야 중진'거물급 정치인의 귀환, 참신한 새 인물 발굴에 관심이 쏠렸다.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이 '전략공천' 후폭풍에 휩싸였다.
◆여기저기 낙하산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7'30 재보선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했다. 권 전 과장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11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경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며 일약 스타가 된 권 후보자가 야당 텃밭에 공천된 것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이 날 선 비판을 가하는 건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 광산을 지역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공천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천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기 싫어 권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라며 당을 비판했고, 정동영 상임고문도 "여당 공세에 휘말릴 빌미를 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앞서 3일 서울 동작을 지역에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을 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서울 동작을은 금태섭 전 대변인과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공천신청을 했던 지역이다. 허 전 위원장은 기 전 부시장이 출마선언을 하던 도중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23년지기 등에 비수를 꽂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다 불출마를 선언했고, 금 전 대변인은 수원 출마 요구에 불출마로 답했다.
새누리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초 동작을 지역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나경원 전 최고위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됐다. 모두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인사들이다. 새누리당의 최종 선택은 나 전 의원으로 정해졌지만, 나 전 의원의 출마가 산뜻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시겠다'던 김 전 지사가 불출마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대타' 격이 됐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서울 중구에 터를 잡았다가 동작을로 갈아타게 됐다. 전략공천의 한 단면이다.
수원정(영통)에 후보자 등록을 마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경우다. 임 후보자는 평택을 지역에 출마를 준비하며 표밭을 다졌지만 정작 공천에선 탈락했다. 그런 임 후보자가 수원에 출마하게 된 것도 당의 선택이다.
◆재보선의 정치학, 그 불편한 진실
전략공천을 둘러싼 논란에도 그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것은 재보선 승리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진 재보선에서만큼은 무리를 해서라도 이기기 위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후보나 당 대표는 잘만 하면 단번에 대선주자급으로 우뚝 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거물 정치인일수록 전략공천의 의미가 크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 때면 인물론이냐, 지역일꾼론이냐를 두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지만, 재보선은 약간 다르다. 승리만이 정답이고, 전략공천은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고 했다.
재보선 승패에 따른 의석 수도 여야 정치권의 판단 요소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려면 유리한 지역에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를, 불리한 지역에 센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군위의성청송)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열세지역에는 당의 중진이나 유력인사를 내보내서 헌신하도록 하고, 우세한 지역이라고 판단하는 곳은 지역의 일꾼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그런 공천을 했다"고 밝혔다.
후보자 등록 직전까지 상대방 패를 봐야 한다며 공천을 미루다 보면 결론은 전략공천으로 마무리되지만 이 같은 '내리꽂기'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당초 새누리당은 재보선 공천의 기준으로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탈계파 공천, 혁신 공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과 '지역일꾼론'을 함께 내놨다. 하지만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했던 새누리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역일꾼론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수원병(팔달) 후보자로 낙점된 김용남 변호사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지켜졌다.
전략공천 논란은 야당 측에서 더 거세다. 수원정 출마를 준비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 김재두 전 수석부대변인 등은 원칙과 기준이 사라졌다며 탈당했다. 오랫동안 활동하며 기반을 다져온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원칙이 실종되면서 유권자의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 광산을 한 유권자는 "서울 부시장이 공천신청을 하고 며칠 보이다가 다시 서울로 갔고, 이곳에 공천신청을 한 천 전 의원은 온데간데없다. 그러더니 며칠 만에 '광주의 딸'이 돌아왔다고 한다. 혼란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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