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대동의 길/ 문중양 염정섭 오상학 이경구 한명기 지음/ 민음사 펴냄
17세기 조선은 한 세기 내내 세제 개혁을 고민했다. 결국 조선 최대의 개혁으로 후대에 평가받는 '대동법'을 도입했다. 이전까지 공납 제도는 나라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가구별로 배정해 상납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동법을 시행하면서 토지 결수에 따라 쌀을 내도록 했다. 땅이 적거나 없는 백성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반면 땅을 늘려나가던 사대부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기득권이던 사대부들이 자신들에게 손해일 뿐인 대동법에 동의한 까닭은 무엇일까. 당시 동아시아 정세는 크게 바뀌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가 지고, 청나라가 뜨고 있었다. 서세동점(서양이 동양을 지배하는 것)의 징후도 보였다.
하지만 조선은 명나라 없이도 유교 국가로 홀로 서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나라가 유교 문명의 종주국으로 건재했던 15세기나 퇴계 이황 등이 성리학을 꽃피웠던 16세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바뀐 국제 관계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선 무너진 사회 경제를 일으키고, 공납의 폐단 등으로 흩어진 민심을 다잡아야 했다. 생존을 위해 대동법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17세기 조선의 상황은 21세기 초반을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과 닮았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 시대'로 상징되는 국제 정세의 대변동을 겪고 있다. 안으로는 '세월호 참사'로 상징되는 사회적 위기가 팽배하다.
'대동'(大同)은 본래 유교 경전인 '예기'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천하 만물이 공평한 이상 사회를 뜻한다. 물론 17세기 조선의 대동법은 대동 사회 실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기득권이 사회적 합의로 위기를 헤쳐나가려 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득권은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대동법이 일정 기간 백성의 살림살이를 안정시켰고, 국가재정 정비에 큰 효과를 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도 민생 안정과 탄탄한 국가재정이 아닌가.
이 책은 조선이 대동법을 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명을 중심으로 두는 '소 중화'에서 명이 사라진 이후 중화를 계승한 '조선 중화'로 나아가던 조선의 선택을 조명한다. 또 17세기 세계사 및 동아시아사도 수록해 같은 시기의 조선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 쉬운 이해를 위해 전면 컬러로 사진 및 그래픽 자료를 풍부하게 곁들였다.
민음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기별로 주제를 정해 한국사 시리즈 책을 펴내고 있다. 앞으로 조선 18'19세기와 현대 20세기를 다룰 예정이다. 272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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