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월드컵과 예술인의 공통점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우리나라 대표팀은 16강을 목표로 출전하였으나, 축구팬들의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예선 1무 2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16강의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무기력한 경기 내용과 감독 자신이 세운 원칙을 무시한 선수 기용, 해외파와 국내파, 리그 선수들 간의 융합이 안 된 점 등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대두되자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많은 축구팬들이 분노와 비판을 쏟아냈다. 그 분노가 귀국길 공항에서 엿사탕 세례로 이어져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 우리 예술인들과 흡사한 모습이네"라고 생각해 보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감독은 선수를 기용함에 있어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다 하여도 자기 소속 구단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는 선수는 월드컵 선수로 선발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상 홍명보 감독은 그렇지 못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깨고 한 선수를 꾸준히 선발 출전시켰고, 소속 구단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한 그 선수는 경기 감각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예전의 우수한 기량을 월드컵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점을 문화예술계에 비춰 봐도 답은 같다. 예술인들도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공연 무대에 자주 서보지 못하면 기량이 발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예술인들은 크고 작은 무대에 출연하여 경험을 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간혹 지역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에 타 지역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타 지역 예술인들이 대구 문화예술 무대에 참가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지역 예술인들과의 안배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적절한 안배와 함께 지역 인재를 찾아 문화예술 무대에 참여시킨다면 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어 앞으로 대구 문화가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민선 6기 대구는 '오로지 시민 행복 반드시 창조 대구'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의 기대 속에 출발했다. 선거에서 나온 문화융성과 문화 사업에 3배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공약에 나는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져 본다. 지금 대구의 현주소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펼쳐보이고 싶어도 예산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비단 멀리 가지 않아도 나의 주변엔 대구 음악 발전과 후배들의 음악 활동 보장을 위해 그리고 민간 오케스트라의 혁신을 위해 개인 재산을 뜻있게 투자하는 소중한 분들도 있다. 이제 대구도 문화사업 예산이 늘어 문화 창작과 공연 예술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예술인들이 살맛 나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김형석 대구영재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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